두산 베어스의 젊은 유망주들이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에 지난달 6일부터 17일간 참가하고 돌아왔다. 그 후 이달 2일부터 7일까지 자체 청백전을 치르며 잠실(1군)과 이천 베어스필드(2군)에서 훈련할 선수를 가렸다.
'곰들의 모임' 행사가 열린 8일 이후 1군에 남은 새내기 투수는 3명. 당초 미래를 보고 지명했다는 207cm 최장신 좌완 장민익(18, 순천 효천고 졸업예정)과 사이드암 이재학(18, 대구고 졸업예정), 그리고 정대현(18, 성남고 졸업예정) 등 고졸 3인방이 위풍당당하게 선배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14일 정대현은 2군행 지시를 받았고 남은 건 장민익, 이재학 둘 뿐이었다.
"저도 (정)대현이가 이천으로 간 거 오늘 훈련 와서야 알았어요. 갑자기 왜 가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잠시 머뭇거리다가) 저도 가게 되는 게 아닐까 가슴이 조마조마 하네요."
오전 훈련을 마치고 점심 배식을 받던 이재학은 동기의 빈자리를 무척 아쉬워했다. "이천에 계속 있었다면 모를까, 여기(1군) 있다가 2군에 내려가면 더 속상할 거 같아요. 아직 시즌 전이지만 벌써 그 느낌이 확 오네요."
신인지명서 두산 2라운드(전체10번)에 부름을 받은 이재학은 자체 청백전에서 수비수들의 실책이 연속적으로 나오면서 3점을 상대에게 헌납했는데 스스로 자책점을 계산할 줄 몰라 성적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는 2개만 허용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팀내 선배 사이드암 고창성(24, 투수)은 올 시즌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당당히 신인왕 후보에까지 올랐다. 2008년 2차 2순위(전체 13위)로 입단 첫 해엔 5게임에 출전, 3.2이닝을 던지는데 그쳤지만 올 시즌엔 팀의 주축 중간계투로서 펄펄 날았다. 64게임에 등판, 5승 2패 1세이브 16홀드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도 팀 전체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1.95를 기록해 신인상을 거머쥔 이용찬과 함께 중심투수로 발돋움했다.
이재학에게 같은 사이드암 전형인 고창성을 넘어야 할 상대가 아니냐고 물었다. 조금은 자극적인 질문인 듯 조심스러워하며 말을 잇지 못하더니 '모든 투수들이 라이벌이 아니냐?'라며 자신은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고창성) 형은 올해 방어율도 1점대고 정말 잘했잖아요. 제가 감히 도전의식을 갖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죠. 전 그냥 형과 함께 게임에 등판하고 싶을 뿐입니다. 최대한 많은 게임에 나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무리나 중간도 재미있잖아요."
같은 사이드암이지만 이재학과 고창성은 스타일이 다르다. 고창성은 무릎 아래로 깔리는 볼을 던지는데 비해 이재학은 허리와 어깨 그 중간 정도에서 공을 놓는다. 고교시절에 이미 최고구속 142km의 직구를 구사하며 서클 체인지업도 던질 줄 알고 역회전볼이 일품인 이재학은 중간 릴리프로 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2군에만 머물러 있다 보면 무조건 1군에 가는 게 목표가 되잖아요. 그리고 남아 있는 것에 급급해지고. 진짜 중요한 건 성적을 내는 건데 말이죠. 한 번 올라오면 무조건 잘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못할 거 같아요. 건방진 생각이지만 자신감보다 더 지독한(?) 자만심이 프로에서는 필요한 거 같아요. '내 볼이 최고다' '누구도 칠 수 없다' 그런 마인드 말이죠. 물론 생각처럼 쉽게 되진 않겠지만요."
10대 특유의 여드름을 드러낸 채 수줍은 미소로 윤석민(KIA)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재학은 이미 프로의 생리를 알게 되었다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진지하게 밝혔다.
8개 구단 중 최강의 중간 계투진 라인을 보유한 두산의 일명 'KILL 라인(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 속에 자신의 이니셜을 추가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보인 이재학의 포부가 내년 시즌 현실로 이어질지 지켜보자.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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