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수원 삼성이 영입한 에닝요(28, 전북 현대)는 철모르는 열혈 청년이었다. 상대팀 벤치에 거침없이 볼을 차버릴 만큼 열정과 객기도 넘쳤다.
2007년 에닝요는 K리그와 다시 인연을 맺어 대구FC의 미드필더로 뛰며 4골 8도움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엔 17득점 8도움으로 만개한 기량을 펼쳐보였다.
이를 눈여겨 보고 있던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은 올해 에닝요에게 녹색 유니폼을 입혔고, 정규리그 우승의 메신저로 삼았다.
기대대로 에닝요는 최태욱-이동국-루이스로 이어지는 전북 'F4' 공격진의 중심에 서서 26경기(챔피언결정 1, 2차전 제외)를 뛰며 8골 12도움을 기록하는 등 만능 도우미로 변신, 결정력 부족에 허덕이던 전북에 희망을 안겼다.
에닝요의 출전 여부에 따라 경기 내용이 달라질 정도로 존재감은 상당했다. '승리 청부사'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킥이 좋은 에닝요는 부상으로 빠진 '프리킥의 마술사' 김형범의 역할을 대신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최 감독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2일 챔피언결정 1차전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 그는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훈련 도중 경미한 부상을 입어 선발보다는 2차전을 대비해 체력을 아끼려는 최강희 감독의 포석이었다.
전략대로 에닝요는 6일 오후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십 2009' 챔피언결정 2차전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성남 수비진영을 휘젓던 에닝요는 마침내 전반 21분 일을 저질렀다. 루이스가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의 키커로 나서 강력한 오른발로 킥을 시도해 왼쪽 구석 상단 골대 그물을 흔들었다. 정성룡 성남 골키퍼가 멍하니 바라봐야 했을 정도로 예리한 킥이었다.
에닝요의 진가는 39분 또 한 번 발휘됐다. 루이스와 좌우로 나눠 빠르게 공간을 파고들었고 최태욱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대포알 슛으로 다시 한 번 골망을 갈랐다. 에닝요의 두 골은 전북이 꿈으로만 품어오던 K리그 정상을 안겨다줬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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