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졌네요. 홈 첫 경기라 긴장도 되고 했는데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어이없는 게임을 하고 말았습니다. 홈 개막전을 꼭 승리로 장식하고 싶었는데...자존심도 상하고 속상해요."
'2009-2010 V리그' 3라운드의 마지막 경기를 마친 우리캐피탈 신영석(24, 센터)은 선수대기실로 들어오자마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분한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애썼다.
신생팀으로서 상위권 진입까지는 욕심이라고 여겼지만 타 팀보다 뒤늦게 홈 개막전을 치르면서 이 경기 승리에 대해서는 내심 기대도 컸고 의욕도 넘쳤다.
그러나 현실은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지난 10일 우리캐피탈은 학수고대했던 장충체육관 서울 홈구장에서 개막 첫 경기를 가졌다. 상대는 LIG 손해보험. 시즌 개막 이후 줄곧 원정경기만 다녔던 우리 캐피탈로서는 다른 팀의 탄탄하게 형성된 서포터스와 열성적인 홈 관중들의 응원이 그리웠다.
선수들이 이 날을 기다린 것도 그 때문이다. 매번 원정경기를 다니며 많은 성원을 받고 있는 타구단이 부러웠고, 자신들도 홈 관중의 환호성에 보답하며 승리의 찬가를 부르고 싶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첫 세트서 시소게임을 펼치는 듯 했지만 마지막(22-25)에 무너졌고 나머지 두 세트도 한 뼘씩 모자라는 실력 차이를 보이며 23-25, 21-25로 내줘 세트 스코어 0-3 완패를 당했다.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도 LIG 손해보험에게 단 한 세트도 빼앗지 못했던 터라 홈에서 치르는 경기에서만큼은 한 세트라도 잡아내는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198cm 장신 세터 블라도(27)와의 호흡이 맞지않아 잔 실수도 나오고 스스로 무너지는 플레이가 매 세트마다 희비를 엇갈리게 만든다고 지적한 신영석은 부족함을 채우는 길은 오직 시간을 투자해 연습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초반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는데, 요즘 다시 삐걱거리고 (호흡이) 잘 맞지 않아요. 지금 당장 성적을 내자는 생각보단 2~3년을 바라본다고 하지만 솔직히 오늘 만큼은 정말 이기고 싶었어요."
신영석은 여느 팀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명성깊은 체육관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점이 '자존심'에 흠집을 낼 만큼 속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성 우리캐피탈 감독도 경기 직후 아쉬운 기색이 완연했다.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지만 신영석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우리 팀이 1, 2세트에서 1~2% 부족하다는 것이 또 한 번 입증된 경기였습니다. 홈 경기라 선수들이 긴장도 하고 책임의식도 갖고 뛰었는데 결과가 안좋네요. 앞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남성 감독은 늘 그랬듯 지금 당장보다는 내실을 갖춘 팀으로 성장을 하는 단계를 밟고 있는 과정일 뿐이라며, 젊은 선수들로 짜여진 팀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오랜만에 장충체육관이 배구 열구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우리캐피탈이 체육관의 주인이라는 느낌은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관중들 뿐만 아니라 선수와 구단 프런트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중립경기를 치르는 느낌이랄까? 아직은 자신의 스타일과 동떨어진 새 옷을 입은 어색함같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캐피탈은 신생팀으로서 프로 리그에 처음 뛰어들었다. 시작은 실망스럽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명실상부 한국 배구의 메카로 불리던 장충체육관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선 팬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결과와 성적이 동반돼야 한다. '막내팀' 우리캐피탈 드림식스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선전을 넘어 반전을 보여주는 날을 기다려 본다. 홈 팀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열기로 장충체육관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과 함께.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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