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2월 허정무 감독 부임 후 축구대표팀은 단계적인 세대교체에 어느 정도 성공하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냈다.
세대교체의 중심에는 '경쟁'이라는 자극제가 늘 자리했다. 김남일(톰 톰스크)-설기현(포항 스틸러스) 혹은 이천수(알 나스르)가 자리하던 중앙 미드필더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에는 '쌍용' 기성용(셀틱)과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이라는 영건이 주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한 2010 동아시아축구연맹 선수권대회에서도 마찬가지. 대표팀의 1월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부터 '옥석 고르기'에 집중했던 허정무 감독은 또 다른 '젊은피'의 가능성에 너털웃음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7일 홍콩과의 풀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은 5-0 대승을 거뒀다. 허정무 감독은 선발진에 박주호(주빌로 이와타),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김보경(오이타 트리니타), 이승렬(FC서울) 등 영건 4인방을 내세웠다.
상대적인 전력상 한국이 우위였지만 지난 12월 동아시안게임에서 실업축구 선발인 한국 대표팀을 꺾고, 올림픽대표팀으로 나선 일본마저 승부차기에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홍콩의 전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의 '젊은피'들이 A매치 5연전을 통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국제대회 경험 부족이라는 아킬러스건을 갖고 있어 남모를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맹활약에 허정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즐거워했다.
4인방은 홍콩전을 통해 단일 대회의 경기 운영 능력은 물론 골맛까지 보며 선배들을 위협했다. '해외파'의 보완재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히 보여줬다.
왼쪽 풀백 박주호는 다소 긴장했는지 초반 경기에 젖어들지 못하다 중반에 가서야 제 기량을 발휘했다. 지난달 목포 전지훈련에서 목포시청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김보경은 좌우 측면 미드필드를 넘나들며 빼어난 스피드를 자랑했다.
세트피스에서는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구자철과 이동국의 골에 출발점이 됐다. 박주호는 왼쪽 새끼발가락쪽 발등뼈 부상을 당한 염기훈(울산 현대)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정무호 1기에서 '패기'만 보여줬던 구자철은 한층 성숙한 기량과 시야로 김정우의 짝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공수를 적절히 조율하며 흐름을 이끌었고 전반 24분에는 골도 기록했다. 오프사이드 함정을 절묘하게 파고든 골이었다.
대표팀 데뷔골을 터뜨린 이승렬도 수비 뒷공간을 적절히 파고들어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동안 덜 익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승렬은 축포를 터뜨리며 이동국(전북 현대)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음을 확인했다. 오장은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아 만든 골은 작품이었다.
이들의 두 번째 검증무대는 오는 10일 거칠게 경기하기로 소문난 중국전이다. 그동안 상대해온 나라들과 전혀 다른 스타일을 만나 견뎌보고 이겨내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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