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한민국은 들썩였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막내 모태범(21, 한국체대)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놀라움을 안겼다.
올림픽 '4전5기'를 노렸던 맏형 이규혁도, 금메달 유망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강석도 해내지 못한 쾌거를 신예 '다크호스' 모태범이 해낸 것이다.
모태범의 금메달에 이어 은메달은 합계 69초98을 기록한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1차 35초108/2차 34.876초)가 차지했고, 동메달 역시 합계 70초01로 일본의 가토 조지(1차 34초937/2차 35초076)가 획득했다. 이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선수단의 첫 메달 소식이었다.
한국으로서는 4위를 차지한 이강석(합계 70초041)과 3위 가토와의 기록 차이가 0.003초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
바꿔 말하면, 일본으로서는 금메달을 모태범에게 내준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이강석에게 동메달을 빼앗기지 않고 은-동을 모두 차지했다는 데서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은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은 접어두고 둘의 메달 획득에 집중하며 쾌거를 집중보도하는 분위기다.
남자 500m 경기가 모두 끝난 후 일본 언론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자국 선수 2명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많은 언론이 나가시마와 가토의 은-동 획득 사실을 전하면서 이들의 스케이트 일대기까지 전하는 등 자국 스케이트 스타의 활약상을 대서특필했다.
'지지통신'의 경우, 나가시마와 가토의 스케이트 이력까지 소개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주류였던 나가시마는 (힙겹게) 노력한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소개했고, 엘리트였던 가토는 토리노 올림픽 당시 노메달 참패를 설욕한 스타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지통신은 "1차 레이스 10조의 경기가 끝난 후 정빙 문제로 1시간 이상 경기가 중단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두 선수는 집중력을 유지하고 메달 획득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극찬했다. 또 나가시마(1천400만엔)와 가토(800만엔)가 소속 기업(산요) 및 연맹으로부터 받는 포상금까지 상세히 알렸다.
'산케이스포츠' 역시 "나가시마, 비원의 은! 오른팔 번쩍 든 환희"라는 타이틀로 메달 획득 당시의 상황을 긴박감있게 표현하면서 자국의 메달 소식을 자축했다.
눈길을 끈 점은 일본 언론이 금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 타국 선수라고는 해도 보통 우승자의 경우, 기사 본문에 어느 정도 소개하곤 하지만 이번에는 딱히 모태범에 대한 평가를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언론이 모태범의 뜻밖의 금메달 소식에 '화들짝' 놀란 것처럼 일본 쪽도 모태범의 깜짝 금메달에 놀라며 제대로 정보수집을 못한 듯 이름 석자 외에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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