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땐 방출 위기도 있었죠. 군 입대 문제로 팀과 갈등도 있었고...그 때가 최대 고비였어요."
지난해 12월말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던 넥센 히어로즈는 삼성에 좌완 에이스 장원삼을 내주는 대신 현금 20억원과 우완 김상수+좌완 박성훈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했다.
■ 4년을 지내온 '제2의 고향' 대구를 뒤로 하고...
하루아침에 짐을 꾸려 서울로 발길을 옮겨야 했던 김상수(22, 넥센)는 큰 동요도 실망도 하지 않았다. 어디가 되었든 간에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쩌면 목동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가 밀려왔다.
신일고 졸업을 앞두고 2006년 삼성에 2차 2번(전체 15번)으로 지명받아 프로에 입단, 2년간 2군에서 지냈던 김상수는 2008년 6월 20일 SK전에서 데뷔 등판해 2이닝 1안타(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간간이 1군 무대를 밟으며 그 해 9경기에 출전, 13.2이닝을 소화해냈다.
김상수는 지난해에는 5월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깜짝 구원승으로 데뷔 첫승 신고식을 치르는 등 총 43경기에 나와 3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중간계투로서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 새로운 팀명을 가슴에 새기고
"적응이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선후배와 친구들이 잘 해줘서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어요. 빨리 모든 선수들과 친해져서 팀에 녹아들고 싶어요."
푸른 빛 삼성 유니폼 대신 벽돌색에 낯선 팀명까지 새겨진 넥센 유니폼이 아직은 어색한 김상수지만 팀 전체가 가족적이고 자유스러운 편이라고 삼성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프로라는 곳은 냉정하니까 팀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낙담하거나 실망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저를 인정하는 곳에서 할 몫만 충실히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훈련량이나 강도 그런 건 두 팀이 비슷한데, 삼성은 뭐랄까...훈련할 때 단체로 집중하는 편인 반면에 넥센은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요. 어디가 더 낫다 나쁘다 할 건 없는 것 같아요."
기자가 팀 분위기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자 김상수는 '크게 다른 점은 없다'며 말을 얼버무렸다. 정들었던 친정팀도, 그리고 새롭게 한 식구가 된 팀도 그에겐 모두 소중했다.
■ '투'상수 -'야'상수
친정팀 삼성엔 또 한 명의 김상수가 있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09년 1차 지명된 내야수 김상수(20)가 지난해 입단한 뒤 둘은 포지션에 따라 투수와 야수의 앞자를 따 '투상수-야상수'로 불렸다. 한자 이름은 달랐지만 부를 대 헷갈릴 수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보다 3년 늦게 입단한 야수 김상수는 개막과 함께 1군에 올라 맹활약을 펼쳤고, 야구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망주로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레 동명이인인 김상수도 세상에 많이 알려진 셈이다.
"저는 오히려 야상수가 우리 팀에 있어 좋았어요. 제가 이름을 빛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를 대신해 이름 석자를 홍보한 거잖아요. 저희는 이름이 같아 팬도 공유했어요.(웃음)"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김상수는 친정팀 삼성에 대한 그리움도 살짝 내비쳤다.
"(차)우찬이랑 가장 친하게 지냈거던요. 그런데 팀을 옮기면서 만나지는 못하고 있죠. 대신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안부도 전하고 구위나 컨디션도 묻곤 하죠. 각자 팀에서 최고가 되자고 다짐했어요. 서로 15승씩 하자고 약속했죠. 꿈은 원래 크고 높게 잡아야 하지 않나요?"
■ 넥센의 주축선수를 꿈꾸며
김상수는 팀 전지훈련 기간 동안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다. 훈련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막바지에 가면서 볼의 구위가 좋아지면서 자신감이 커졌고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2010 시범경기 첫 날이었던 지난 6일 김상수는 LG전에서 선발 번사이드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8타자를 상대하며 3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11일 광주 KIA전에서는 김수경-마일영 다음으로 등판해 1이닝을 던지며 3타자를 깔끔히 처리했다.
"6일 LG랑 경기할 때는 투구내용은 좋았는데 실투 하나가 컸어요. 개의치 않고 제 볼을 믿고 던질 겁니다."
김시진 감독은 금민철 -강윤구-번사이드을 선발로 낙점한 상태지만 나머지 선발 두 자리에 대해선 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수는 "선발에 대한 욕심도 있고 잘 할 자신도 있다. 하지만 어떤 자리가 되든 팀에서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일단 중간계투진의 한 자리를 꿰차 능력을 인정받는 과정을 당당히 거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이제야 비로소 야구에 눈을 뜬 것 같아
"어렸을 때만 해도 마운드에 서면 어쩔 줄 몰라 했죠. 그런데 이젠 여유도 생기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도 많이 없어졌어요. 주자를 내보내면 점수를 주면 어떻게 하나 겁부터 났는데 지금은 위기가 오면 이걸 어떻게 넘길까 하는 스릴도 느끼고 재미있어요.(웃음) 야구를 한 이래 요즘이 가장 즐겁고 기대되고 그래요."
한때 심리적인 요인으로 제구력 난조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요일마다 교회를 찾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짬을 내 거르지 않고 교회에 가 스스로를 다잡고 자신을 챙겼다.
"야구는 멘탈 경기잖아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엔 매일 2군에서 게임을 하면서 하루하루 쳇바퀴 도는 것 같아 지겨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거워요."
삼성이 정상급 좌완 투수 영입을 위해 자신을 트레이드 시켰다는 것에 슬퍼하지도 아파하지도 않고 되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있는 김상수는 '긍정의 힘'으로 새 둥지에서 성공을 꿈꾼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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