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에 오르는 매일 매일이 새로워요. 내 감정도, 관객들의 반응도 매번 다르고... 무대에서의 긴장감과 짜릿함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배우 정일우가 대학로로 갔다. 200여석 남짓한 소극장 무대에서 온 몸으로 연기를 펼친다. 그 곳에 '스타' 정일우는 없다. '초보' 연극 배우 정일우가 있을 뿐이다.
연극 '뷰티풀 선데이'로 생애 첫 연극에 도전한 정일우는 지난 2월 4일부터 한 달여 넘게 매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리고 무대에서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처음에는 관객과 마주하는 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매일이 새로워요. 매일 캐릭터에 대한 느낌이 다르고 디테일한 감정이 달라져요. 상대 배우와 호흡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아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해 드라마 '일지매' '아가씨를 부탁해'까지 쉼없이 내달려왔던 그의 선택은 다소 의외였다. 현재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휴학중인 정일우는 최형인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연극 무대에 서게 됐다.
"예전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최형인 교수님이 '작품에 미쳐서 연기 제대로 해보라'고 하셨어요. 매일 연습하니 분명 달라질거라고. '아가씨를 부탁해' 끝나고 타이밍도 맞았고, 쉬는 동안 연극을 하면서 기초를 다지자는 마음에서 뛰어들었죠."
연극 '뷰티풀 선데이'는 지난 2006년 극단 한양레퍼토리가 제작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으로 게이 커플과 한 여자에게서 벌어지는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정일우는 내면의 아픔과 상처를 갖고 있지만 겉으로는 밝고 사랑스러운 게이 '이준석'으로 변신했다.
"작품을 하기 전에는 게이에 대한 거부감이 살짝 있었던 것도 사실이예요. 연극 연습을 하면서 게이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어졌죠. 게이라고 느껴지지도 않고. 전작이 무겁고 어두웠다면 제 밝은 이미지를 살려서 말랑말랑한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두 시간여 동안 펼쳐지는 무대 위에서 정일우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없이 사랑스럽다가도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애처로움이 느껴진다. 상반신 탈의신으로, 공연장에 온 누나팬들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도 한다.
"탈의신이요? 사실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꼭 필요한가 생각했는데 감독님이나 배우들이 '무조건 벗어야 한다'고 그러던걸요. 극중 에이즈 환자라 몸을 만들기도 그렇고. 그래도 저녁은 잘 안 먹어요(웃음)."
정일우는 연극 무대에 서면서 연기가 부쩍 늘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발성이 나아졌고 발음도 정확해졌다. 감정 표현도 자연스러워졌다. 연극을 통해 연기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
"사실 '일지매' 때까지만 해도 연기가 조금 되는 것 같았는데 '아부해' 때는 도루묵이 된 느낌을 받았어요.(웃음). 연극을 하다보니 확실히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그것 나름의 장점도 있지만 1~2회씩 쪽대본이 나오다보니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파고들기에도 한계가 있고 대본 읽기에 바빴어요. 반면 연극은 대본도 미리 나와있는데다 상대 배우나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정 조절 방법도 새롭게 배웠어요"
정일우는 연극이 끝나면 다시 브라운관에 복귀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어떤 장르를 할 지 모르겠지만 나이에 맞는 말랑 말랑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하이킥' 이후 밝은 작품을 한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기 변신요? 이십대 중반 지나서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대한 조급함은 없어졌어요."
연기에 대한 강박관념과 조급증에서 벗어난 정일우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사진제공=공연기획사 (주)제라>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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