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두산 김경문 감독은 선수에 대해 무조건적인 칭찬은 하지 않는다. 칭찬 뒤에는 채찍이 있고, 쓴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김 감독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이례적일 만큼 조승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정)재훈이 뒤에서 잘해줬지만 그보다 조승수가 정말 잘 막아줬다. 그 때 막았으니 우리가 역전할 수 있었다"며 "이름없는 선수가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이 이렇게 칭찬한 조승수의 플레이는 바로 지난 8일 한화전에서 나왔다. 조승수는 선발 홍상삼의 부진 속에 두 번째 투수로 4회 무사 1, 2루 위기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조승수는 첫 타자 추승우의 번트타구를 그대로 잡아 3루로 뿌렸고, 2루 주자 이희근을 포스아웃시켰다.(물론 3루수 김동주가 어려운 포구를 잘 해낸 덕도 봤다)
이후 조승수는 이대수를 중견수 뜬공, 김태완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이 장면을 목격한 김경문 감독은 내심 놀랐다. 스프링캠프에서 수도 없이 희생타 때 진루를 막기 위한 연습을 하지만 실제로 실전에서 선행주자를 잡아내기가 가뭄에 콩나듯 하기 때문이다. 이런 플레이를 아직 1군 등판 경험이 몇 번 없는 투수가 해냈으니 사령탑의 만족감은 더욱 컸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서 1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장면이었다. 수없이 연습해도 정식경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플레이"라며 "어린 친구가 위기 상황서 그런 장면을 연출한 것은 칭찬받아도 마땅하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김 감독의 칭찬은 이어졌다. 그는 "조승수가 마른 편이라 마운드에서 가볍게 보이긴 하지만 컨트롤이 좋다. 구속은 아직 느리지만 제구만 잘되면 땅볼이나 정면타구가 많이 나와서 충분히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며 "내가 계투진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한 차례의 명플레이로 조승수는 단숨에 김경문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 시즌 조승수는 이후에도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잠실=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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