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6일 열리는 프로야구 신인 선수 지명회의에 나설 대학 4학년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 그 이상이다. 고교 선수들에겐 대학이라는 또 다른 선택이 길이 있지만 대졸예정 선수들에겐 한마디로 절벽 끝에 선 심정 그 자체다.
시즌 첫 대회였던 '2010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에서 4학년들의 활약이 예상 밖으로 미비했다. 동계기간 내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구슬땀을 흘렸건만 막상 실전에서는 저학년 때보다 훨씬 못 미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적지않은 4학년 졸업반 선수들이 한숨 섞인 푸념과 걱정으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 학교의 주축으로 지명이 확실시 되고 있는 유명(?)선수들 조차 '이러다가 정말 야구를 영영 그만 두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4학년들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평균 이상 발휘한 경우도 있다. 비록 팀이 상위권 도약에 실패하며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스카우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몇몇 선수 중 한명이 바로 고종욱(한양대4년, 외야수)다.
대학 3년동안 평균 타율이 무려 3할3푼2리(241타수 80안타)를 넘는 자타가 공인하는 타격의 달인.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고종욱의 비장의 무기는 '빠른 발'이다. 웬만한 내야 땅볼로도 1루에 살아나가는 타고난 천부적인 발재간을 갖추고 거기에 방망이에 대한 감각도 남달라 꾸준히 성적을 유지해 대학야구계에서는 그를 타자 중 지명 1순위로 꼽고 있다.
그는 일명 '말근육'으로 통한다. 타격 뒤 1루로 뛰는 모습이 흡사 말이 질주 하는 모양새와 흡사하다고 해서 선수들간에 회자되는 별명이기도 하다.
본인 스스로도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대부분 1, 2라운드는 투수들을 뽑잖아요. 하지만 제가 그 상식을 뛰어 넘는 야수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투수 한명을 포기하고 뽑았지만 후회하지 않을 만큼 값어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하지만 그 역시 대학 4학년이 느끼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힘든 모양이다. 춘계리그대회를 마친 뒤에는 한껏 풀이 꺾인 듯했다.
"이렇게 해서 어디 지명되겠어요? 잘하는 애들이 자꾸 여기저기에서 튀어 나오고 있네요."
한양대는 조 1위를 차지하며 기세등등하게 12강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원광대에게 2대 6으로 패해 8강 진입에 실패했다. 총 6경기를 통해 고종욱은 매 게임 안타행진을 이어가며 26타석 25타수 12안타 4할8푼대의 고감도 타율을 선보여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팀의 타자 중 수위타자 자리에 올랐고 도루도 9개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팀이 좀 더 성적을 내서 올라갔더라면 도루상도 노려볼 만 했을 텐데 너무 아쉽죠. 누구 탓할 것도 없죠 뭐. 제가 못해서 그렇죠."
고종욱은 스스로에 대해 냉정하리만큼 객관적이다.
"제가 구단 입장이라면 대주자 정도로는 써 줄만 할 거 같아요.(웃음) 대학에서 날았던 선배들도 지금 2군 게임에서 겨우 뛰고 있잖아요. 지금 잘하는 거 아무것도 아니죠."
그래서 고종욱은 다음 대회에서는 더 높은 타율을 다짐했고 더 심하게 베이스를 훔치고 미친 듯이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눈에 띄게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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