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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어깨 힘 뺀 황정민, 나 자신도 기대"(인터뷰)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았다'는 일명 '밥상소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황정민. 최근 새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맹인검객을 연기한 그는 시사회가 끝난 후 "맹인 연기는 흉내만 낸 것"이라는 말로 또 하나의 명언을 남겼다.

시각장애인 연기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는 황정민은 맹인학교 수업에 직접 참가하는 등 실제 시각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았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2주 정도 맹인학교에서 수업을 함께 듣고 양해를 구한 뒤 비디오카메라로 그분들을 촬영해서 행동의 특징들을 눈여겨 봤어요. 시각장애인 분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우리 영화 대본을 점자로 찍어서 실제 그분들의 상황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며 소소한 것부터 물어봤죠. 아무리 똑같이 연기를 하더라도 제가 진짜 시각장애인이 아닌 이상 흉내를 낸다는 것이 맞는 말이잖아요. 그런데서 오는 부담이나 불편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허락을 받았다 해도 비디오카메라로 찍고 하는 것이 송구스러울 수 밖에 없으니까요."

마음 한 구석에 생겨나는 부담을 없애기 위해 황정민은 단순한 '흉내'보다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처음에 시각장애인들의 행동을 연습하다가 잘 안 되면서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느끼게 됐어요. '어떻게 흉내를 잘 낼까'에 집중하지 않고 그냥 눈을 감고 연기하기로 했죠. 흉내를 잘 내는 것보다 제가 맡은 황정학이라는 인물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식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 출연하게 됐다는 황정민. 그가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은 앞을 보지 못하는 황정학이 가졌던 또 다른 눈이었다.

"황정학은 앞이 안 보이니 한 발짝 물러나서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을 가지고 있었죠. 저도 예전에는 극중 이몽학처럼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할까'만 생각하며 경주마처럼 달려왔지만 이제는 조금 더 스스로를 믿게 됐습니다. 자꾸만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연기하며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리기보다 나 자신을 믿고 연기하다 보니 연기가 훨씬 여유있게 느껴졌죠. 그래서 이번 작품은 대사의 반이 애드리브였을 만큼 즐기면서 재미있고 신나게 찍었습니다. 이제는 어깨 힘을 빼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저 스스로도 다음 작품들이 많이 기대가 돼요."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그는 '살가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배우로서 관객들과 같이 영화나 연극을 통해 같이 웃고, 울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죠. 저는 특히 살갑고 삶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좋아해요. 역할도 반듯하거나 냉철한 것보다 엉뚱하거나 비정상적인 캐릭터가 좋습니다. 관객들과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건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고 약간은 삶이 엇나가는 사람들이 더 살가워보이기 마련이니까요."

끝으로 그에게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목표한 것을 얼마나 이뤘는지 물었다. 그에 대한 답과 함께 황정민은 자신의 새로운 목표도 덧붙였다.

"목표한 것은 많이 이뤘습니다. 저는 운이 좋고 인복도 있는 것 같아요. 영화 하면서 투자가 안 돼서 진행이 중단된 적도 없고, 작업하면서 상대배우나 감독과 서로 상처 받아서 아파한 적도 없었죠. 좋은 상도 많이 받았고 운 좋게도 잘 지내온 것 같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연기를 안 하면서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 작품의 목표는 '무표정의 미학'을 보여드리는 겁니다."

조이뉴스24 유숙기자 rer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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