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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의 진' 친 이운재...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최고의 위치는 항상 외롭다. 최고를 넘어서기 위한 경쟁자들의 노력이 턱밑까지 압박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면 언제나 피를 깎는 고통으로 제자리를 지키면서도 정상에서 내려와야 할 시기가 언제인지를 조율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문을 굳건히 지켜온 이운재(37, 수원 삼성)를 보면 꼭 그렇다. 이운재는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 2006 독일월드컵 원정 첫 승을 이끄는 순간마다 대표팀과 함께하며 자신의 경력의 무게를 높였다.

그러나 올 시즌 이운재의 처지는 말이 아니다. 소속팀 수원 삼성에서 경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팀이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물론 수비진이 흔들려 이운재도 어쩔 수 없었던 부분으로 이해되지만 골킥 실수로 위기를 자초하고 실점까지 한 장면은 용납되지 않는 대형 사고였다.

당연히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쳤다. K리그 초반에 치른 지난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는 골문을 지키며 2-0 승리를 이끌었지만 이후 떨어진 경기력을 만회하지 못했고 16일 에콰도르, 24일 일본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는 후배 정성룡(성남 일화)에게 수문장 자리를 내줘야 했다.

'배수의 진'을 친 이운재는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라며 마지막 투혼을 발휘해 대표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노이스티프트에 입성했다.

국내 훈련 중 찾아온 목 통증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이운재는 훈련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그를 넘기 위해 수 년째 경쟁하는 후배 정성룡, 김영광(울산 현대)은 안중에 없다.

사실상 자존심을 내던진 이운재는 "모든 선수는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하게 된다"라며 정성룡의 최근 활약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맏형님답게 그는 "후배들에게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라며 아직 주전 경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오는 30일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이운재의 출전은 유력하다. 허정무 감독이 A매치 공인을 포기하고서라도 모든 선수를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운재는"감독의 선택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히고 훈련장을 떠났다.

조이뉴스24 인스브루크(오스트리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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