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허정무호는 출범 후 처음으로 이정수(30, 가시마 앤틀러스)-곽태휘(29, 교토 상가) 두 중앙 수비수가 호흡을 맞췄다.
처음이었지만 둘의 호흡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일본이 두세 차례 위협적인 공격력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이정수-곽태휘 라인은 주변 동료와의 깔끔한 협력 수비로 위기를 모면했다.
둘 다 185cm의 신장으로 제공권이 좋고 공간 장악력도 뛰어나 일본은 세트피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지 못했다. 이들의 강력한 호흡을 바탕으로 한국은 2-0으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축구 전문가들은 둘의 중앙 수비 배치를 놓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첫 경기 상대인 그리스를 가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수비의 리더격인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이 빠진 채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장신이 즐비해 182cm로 다소 작은 조용형보다는 두 명의 장신 수비수 중용에 무게감이 쏠릴 수밖에 없다. 때에 따라서는 대표팀 경기 출전 경험이 단 2회로 부족하지만 187cm 장신으로 투쟁력이 일품인 김형일(포항 스틸러스)까지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노이스티프트에 입성한 이들에게 마침 그리스가 북한과 2-2로 비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스를 가상해 일본전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평소 재치있는 발언으로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곤 하는 이정수는 27일 훈련 후 일본전에서 곽태휘와 호흡을 맞춰본 데 대해 "특별한 것은 없었다. 평소 하던 것처럼 편했다"라고 느낌이 꽤 괜찮았음을 전했다.
곽태휘 역시 "처음 해봤는데 오랜 시간 맞춰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라며 연습을 조금만 더 하면 안정감 있는 수비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형 없이도 수비망을 단단히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평소 과묵할 것 같으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이정수는 "(조)용형이가 있어서 말 못해요"라며 배려심(?)을 표현했다.
곽태휘는 핵심을 빗겨간 뒤 "(이정수와는) 의사소통에서 조금의 문제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국방송(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정수의 경우 중앙 수비는 물론 좌우 풀백 등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수비 리딩 능력을 따져본다면 곽태휘보다는 조금 더 낫다"라고 평가했다.
둘은 가상의 그리스인 벨라루스와의 평가전(30일)에서도 호흡을 맞춰볼 예정이다. 벨라루스는 월드컵 예선에서 잉글랜드,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 등과 한 조에 속해 4위로 밀렸지만 힘과 높이를 갖춰 두 수비수로서는 또 한 번의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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