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기록을 날려버린 오심 논란이 미국 스포츠계를 벌집 쑤셔놓은 듯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짐 릴랜드 감독의 사려 깊은 처신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릴랜드 감독은 아직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스파이크를 신은 채 선수들을 지휘하고 화가 나면 선수들 눈치를 보지 않고 독설을 퍼붓는 '올드 스쿨'로 유명하다. 심판에 대해 엄격하기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번 오심 사건은 그가 왜 메이저리그에서도 존경받는 명장인지를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우선 3일 문제의 오심이 나왔을 때 그는 잠시 그라운드에 나와 사실 확인만을 했을 뿐 그다운 항의도 하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고 자신의 지나친 항의로 마운드에 서 있는 갤러라가의 리듬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오심을 한 1루심 짐 조이스를 찾아가 격렬하게 말싸움을 벌였다.
그의 지혜가 더욱 빛난 건 사건 하루가 지난 4일이었다. 클리블랜드와의 경기를 앞둔 이날 오더 교환 때 릴랜드 감독은 뜻밖에도 자신이나 코칭스태프가 아닌 전날 억울하게 퍼펙트를 놓친 아만도 갤러라가를 내보냈다.
거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한 가지는 다시 한 번 갤러라가가 홈팬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전날 경기가 끝났을 때 관중들은 오심을 한 1루심에게 야유를 퍼붓고 있었고 자신은 1루심을 찾아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갤러라가는 제대로 된 관중들의 갈채도 받지 못했다.
이날 갤러라가가 출전선수 명단 교환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오는 순간 코메리카파크의 홈팬들은 뜨거운 갈채를 보냈고 갤러라가는 모자를 벗어 답례했다.
두 번째는 오심을 한 짐 조이스 심판에 대한 배려였다. 조이스 심판은 경기가 끝난 뒤 온갖 비난을 받았고 심지어는 그의 가족까지도 손가락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든 비난은 나에게 집중돼야 하며 내 가족들은 이번 일과 무관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 조이스 심판이 바로 4일 경기 주심. 홈플레이트 앞에서 선수 명단을 교환한 갤러라가는 마치 전날 오심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조이스 주심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조이스 심판 역시 갤러라가의 등을 가볍게 치며 화답했다. 그의 눈엔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미 조이스 심판은 전날 갤러라가에게 사과했고 갤러라가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릴랜드 감독은 갤러라가에게 선수 명단을 교환하게 함으로써 이들이 많은 관중과 TV 화면 앞에서 용서와 화해의 장면을 연출하게 했다.
릴랜드 감독은 "선수도 사람이고, 심판도 사람이고, 감독도 사람"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그런 실수를 용서하지 못할 사람도 없다는 뜻이었음에 틀림없다.
/알링턴=김홍식 특파원 di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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