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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in(人) 남아공]본 대로 느낀 대로⑤ '귀여운' 허정무와 '비호감' 오카다


*2010년 6월8일, 5일차

남아공 생활 5일차로 접어드니 이제 현지인 다 됐다.

구름 없는 하늘도, 뜨거운 태양도, 남아공인들의 느릿느릿한 태도도 이제 익숙해졌다. 흑인들에 둘러싸여 엘리베이터를 타도 별로 놀라지도 않고 여유롭게 인사하며 '살인 눈웃음(?)'을 날리는 센스를 발휘한다. 숙소 호텔 1층에 마련된 테이블 축구게임을 오가며 한 게임씩 하다보니 이제는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

대표팀 훈련 장소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 출근, 태극전사들을 열심히 응원하면서 취재도 열심히 해 기자로서의 본붐에도 충실했다.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저녁을 먹을 때까지 약 4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무슨 일에 집중하기에도,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를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이럴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서 빈둥거리기. 그렇게 빈둥빈둥 하고 있는 찰나, 침대 옆 테이블에 있는 잡지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기자가 이 호텔에 왔을 때부터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잡지의 존재를 몰랐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일에 치이고, 잠이 모자라 잡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동안 외로이 방치한 잡지야, 미안~. 그래서 열심히 읽어주기로 결심했다.

'EQUINOX' 6월호. 기자는 이런 잡지에 문외한이다. EQUINOX가 얼마나 유명한 잡지인지, 패션 잡지인지, 여행 잡지인지도 모른다. 잡지 한켠에 40년이 됐다는 표시가 있다. 무슨 잡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통이 있는 잡지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6월은 월드컵의 해다. 그것도 아프리카 대륙의 끝자락 남아공에서 열린다. 남아공에 있는 호텔에 비치된 6월호 잡지를 펼쳤다. 역시나 월드컵과 관련된 읽을거리가 넘쳐났다.

책장을 한 장씩 정성스럽게 넘겼다. 정확히 182페이지가 나오자 빨랐던 손가락 놀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반가운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얼굴이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이었다. 본선 출전 32개국을 소개하는 월드컵 특집 코너에서 한국 대표팀은 허정무 감독의 얼굴과 함께 소개됐다.

분명 허정무 감독의 얼굴은 맞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사진이 아니라 누군가가 직접 그린, 캐리커쳐였기 때문이다. '실물'을 닮기는 했지만 조금은 달랐다.

우선 매우 동안으로 묘사됐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다른 감독들과는 달리 허정무 감독의 이마 등은 깨끗했다. 피부도 뽀얗고 탱탱해 보였다. 그리고 과장되게 통통한 볼살을 자랑하며 해맑게 웃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들으면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본 대로 말하자면 '귀여웠다!'.

이 잡지는 허정무 감독의 '귀여운 모습'과 함께 한국을 2002년 대회 4강에 올랐던 저력 있는 팀이라 소개하고 있었다.

귀여운 허정무 감독의 모습에 감탄을 한 후 다시 책장을 넘겼다. 3장을 넘기자 기자는 웃음폭탄에 맞고 말았다. 189페이지에 소개된 E조의 국가들 중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의 얼굴을 봤을 뿐인데...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오카다 감독의 캐리커쳐는 완전 '비호감'으로 그려졌다. 볼이 쏙 들어가게 그려 광대뼈를 강조했다. 일본 전통의 앞가르마를 한 모습도 비호감 수치를 올리고 있다. 특히나 짝짝이 눈이 압권이다. 환한 표정의 허정무 감독과는 달리 오카다 감독은 굳게 입술을 다물고 있다. 지금 일본대표팀이 처해 있는 상황을 대변하는 표정 같다.

오카다 감독이 원래 미남형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비호감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자신이 직접 이 그림을 본다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비호감' 오카다 감독 덕분에 한참을 웃으며 다시 책장을 넘겼다. 2장을 넘기자 다시 손길이 멈춰섰다. G조에 속한 북한의 김정훈 감독 얼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듯한 모습에 기자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번졌다. 책장을 다 넘길 때까지 그 미소는 계속됐다.

<⑥편에 계속...>

조이뉴스24 러스텐버그(남아공)=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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