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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박주영이 웃는다


지난 17일 열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 전반 17분 통한의 자책골을 넣은 박주영(25, AS모나코).

물론, 박주영만의 탓은 아니었다. 태극전사들도 한 목소리로 "박주영 혼자의 실수가 아니다. 대표팀 전체의 실수였다.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로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다. 박주영의 월드컵 첫 골이 자책골이라 상처는 크고, 한국이 1-4로 대패해 아픔은 더욱 크다.

아르헨티나전 충격이 있은 지 하루가 흘렀다. 18일 한국 대표팀은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어김없이 회복훈련을 실시했다. 박주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전날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여전히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것일까. 박주영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가슴이 아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박주영은 활력을 찾았다. 아르헨티나전을 뛴 선수들은 간단한 기초 훈련만 하고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박주영은 동료들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김남일, 박지성, 이청용 등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영표와 대화를 하던 중에는 이영표의 얼굴에 뭔가 묻었는지 다정하게 어루만지듯 훔쳐주기도 했다.

다행이었다. 박주영이 웃었다. 동료들과 대화를 하면서 살짝살짝 미소를 보였고, 선배들에게 다가가 장난을 치는 밝은 모습도 보였다.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아픔과 상처를 조금씩 벗어던지는 것 같았다. 동료들의 애정과 따뜻함에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았다.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후 믹스트존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갔던 박주영이 이날은 입을 열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팀에 해가 된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책골에 대한 대답은 나이지리아전 골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박주영은 "좋은 경기를 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기를 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세트피스에서 실수하지 않았다면 경기를 뜻대로 할 수 있었을 텐데 뜻대로 하지 못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인정한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실수한 것을 인정한다. 내 실수 때문에 팀이 힘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금은 자책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나이지리아전을 준비하는 것, 꼭 자책골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닌 팀 승리와 사상 첫 원정 16강을 위한 골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지금 박주영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유일한 목표다.

박주영은 "팀을 위해 잘 해야 한다. 잘 준비할 것이다. 포기하는 것보다는 더 집중해서 잘 할 것이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는 나이지리아전에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나이지리아전에서 골로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주영은 "심리적 부분, 그런 것은 없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박주영을 응원하고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축구팬들은 박주영이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랐다. 또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터뜨리고 활짝 웃는 박주영의 모습 역시 간절히 바라고 있다.

조이뉴스24 러스텐버그(남아공)=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e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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