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형은 존경할 수밖에 없는 존재예요."
허정무호에서 왼쪽 풀백으로 이영표(33, 알 힐랄)와 끊임없이 포지션 경쟁을 해오고 있는 김동진(울산 현대)은 월드컵 출정을 앞둔 지난 5월 소집 후 훈련에서 선배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하자 쉽게 표현하기 힘들다며 조심스러움을 나타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벤치에서 김동진은 이영표의 장점을 집중 연마했지만 노련미까지 넘어서기는 힘들었다. 그만큼 '꾀돌이' 이영표의 영리함은 큰 무대에서 더욱 빛을 냈다.
한국은 23일 오전(한국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지난 2006 독일월드컵과 조별리그 최종 전적은 같았지만 진일보한 경기 내용으로 한국은 비운을 벗어던지고 사상 첫 원정 16강행에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16강에는 노장 이영표의 힘이 컸다. 왼쪽 풀백으로 나선 이영표는 경기 시작 전 선수들에게 다양한 설명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또 경기 들어서는 공수의 균형추 역할을 해냈다.
이날도 이영표는 수비에 충실하면서도 적절한 공격 가담으로 나이지리아의 혼을 뺐다. 전반 38분 이정수의 골이 된 프리킥도 이영표가 페널티지역 왼쪽 밖까지 파고들어 치네두 오바시의 파울을 유도하며 얻어낸 것이었다.
이는 지난 12일 그리스와의 1차전 첫 골 장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위치만 조금 뒤로 처졌을 뿐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똑같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이영표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팀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
추가골이 필요했던 후반 이영표는 적극적으로 침투해 나이지리아의 왼쪽 진영을 초토화했다. 오바시와 음부케는 이영표의 영리한 경기력에 속수무책이었다.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한국이 흔들리는 기색이 보이자 이영표는 손뼉을 치며 후배들의 집중력을 유도했다. 기성용 등 후배들이 체력저하로 교체됐지만 이영표는 끝까지 체력이 떨어지지 않음을 알리며 '철인'이 무엇인지도 몸으로 보여줬다.
이영표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의 골에 천금같은 가로지르기로 도왔다. 동시에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으며 포르투갈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준 이영표다. 이영표의 영리함이 있어 한국은 원정 16강 꿈을 이뤄냈고, 또 8강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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