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국프로야구에 '거인 중의 거인' 이대호(롯데) 시대가 활짝 열렸다.
11일 사직 경기에서 롯데는 삼성을 8-2로 완파하고 4위 싸움에 다시 탄력을 받았다. 지난 주말 한화에 2연패를 당하며 주춤한 롯데가 한여름 맹위를 떨치고 있던 사자군단을 잡고 '추격자' 5위 KIA와의 승차를 4게임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경기에서 롯데 승리를 앞장서 이끈 것이 이대호의 대포 한 방이었다. 이대호는 3회말 조성환, 홍성흔의 잇따른 적시타로 2-0 리드를 잡은 직후 2사 1루에서 삼성 선발 배영수로부터 중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4-0 리드를 잡으며 기세를 올린 롯데는 이후 전준우의 3점포까지 보태져 확실하게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 홈런 한 방은 이대호에게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다.
우선 6경기 연속홈런 기록을 이어가며 이 부문 역대 최고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삼성의 이승엽과 스미스가 1999년 7월 19일~25일에 나란히 6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올렸고, 2003년 SK 이호준이 8월 14일~19일 사이에 또 한 차례 기록한 바 있다.
이대호는 이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을 세웠고, 12일 삼성전에서 다시 홈런포를 가동할 경우 전인미답의 '7경기 연속홈런' 새로운 기록도 세우게 된다.
아울러 이대호는 연속경기 홈런 외에도 최근 15경기 연속안타, 13경기 연속 득점, 7게임 연속 타점 등 각종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불붙은 방망이로 11일 현재 이대호의 타격 성적은 그저 입이 벌어질 정도다. 타격 1위(.366), 홈런 1위(35개), 출루율 1위(.440), 장타율 1위(.670)에 타점 2위(103개), 득점 2위(80개), 최다안타 2위(140개). 도루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1위 아니면 2위다.
팀 동료 홍성흔이 이대호가 1위인 부문은 2위, 2위인 부문은 1위로 개인타이틀을 양분하면서 이대호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팬들은 이대호와 홍성흔이 타이틀을 어떻게 '갈라먹을 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다.
그래도 팀의 4번타자로서 홈런과 타율 등 임택트 강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대호야말로 현 시점에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대호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8개구단 대부분의 선수들 뿐 아니라 각 팀 사령탑들도 인정하고 있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이야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이대호를 바라보기만 하면 되지만, 다른 팀 감독들은 이대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도 경기 때 그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대호의 이런 절정의 성적이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을 위한 타격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 이대호는 "팀이 우승하지 못하면 개인 타이틀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한 점이라도 더 뽑아내 팀 승리를 돕는 타격을 하기 위해 집중한다.
2010 시즌이 끝났을 때, 이대호가 보여준 능력의 끝은 어디까지 뻗어 있을까.
조이뉴스24 석명기자 ston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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