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는 2007년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브라이언 오서와 처음 연을 맺었다. 캐나다 대표를 지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오서는 전문적인 지도자는 아니었지만 김연아를 맡으면서 초보지도자 딱지를 떼고 화려하게 비상을 시작했다.
오서와 김연아의 첫 작품은 2007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들고나온 '록산느의 탱고'였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빙판을 휘젓는 김연아에게 관중들은 빠져들었고 세계최고점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부드러운 오서의 지도 방식은 김연아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었다. 이후 김연아가 동갑내기 경쟁자인 아사다 마오(일본)를 밀어내고 세계 정상으로 오르는데 큰 기여를 했다.
김연아가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오서는 세심한 배려로 다독였다. 외부에서 연기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면 감싸며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등 방패막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연아가 고관절 부상 등 악재로 힘겨워할 때는 따뜻한 미소로 곁을 지키며 정신적인 지주가 됐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연아와 오서는 '죽음의 무도', '세헤라자데' 등 세계 피겨계에 남을 명 작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미지 변신도 끊임없이 시도해 '007 시리즈'의 본드걸로 변신하는 등 팔색조 연기를 보여주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28.56점으로 여자 싱글 사상 세계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김연아의 자질과 오서의 지도력이 함께 정상으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양측은 상반된 주장 속에 24일 '뒤끝 있는' 결별을 하고 말았다. 오서는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았다"라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고 김연아 측은 "오서가 다른 선수로부터 코치를 제의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관계가 불편해졌다"라고 반박하며 먼저 결별한 쪽은 오서라고 주장했다.
지난 4년간 최고의 호흡을 보였던 이들의 마무리는 여러모로 아쉬운 모양새다. 김연아마저 25일 트위터로 오서를 겨냥한 글을 올리면서 진실공방에 가담해 상황은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가장 큰 믿음을 보이며 전세계 피겨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사제의 결별은 '제2의 김연아'로 기대를 모은 곽민정(16, 군포 수리고)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올댓스포츠 소속인 곽민정도 오서로부터 지도를 받아왔기 때문에 말못할 고통을 겪게 됐다.
진실공방으로 김연아와 오서 코치는 이래저래 서로 상처만 안게 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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