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서 격돌할 가능성이 농후한 롯데. 이제 페넌트레이스 남은 경기도 단 '9경기'로 로이스터 감독은 '가을야구' 준비에 몰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사령탑은 주축선수들의 심상치 않은 부상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9일 잠실 LG전서 로이스터 감독은 일명 '조-홍-대-갈'로 불리는 중심타선이 모두 선발에서 빠진 상태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왼손등뼈 골절로 재활 중인 홍성흔은 어쩔 수 없지만 조성환(사구후유증, 8회초 대주자 출장), 이대호(오른 허벅지 햄스트링), 가르시아(감기)까지 모두 빠졌다.
이들 중 특히 걱정이 되는 선수는 '캡틴' 조성환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대호의 부상이 심각할 지도 몰라 걱정"이라고 햄스트링의 위험성을 강조했지만, 사실 그보다 더 불안한 쪽은 조성환이다. 바로 신체적이 아닌 '정신적인 부상'을 입은 탓이다.
조성환은 지난달 24일 광주 KIA전에서 윤석민의 공에 헬멧을 정통으로 맞고 쓰러졌다. 당시 큰 충격을 받고 병원에 사흘 입원 후 경기에 결장까지 했다. 그런데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서 레딩의 공에 또 머리 쪽을 강타당했다. 다행히 헬멧 앞쪽을 스쳐 맞아 큰 부상은 없었지만, 조성환의 심리적 타격은 적지 않았다.
문제는 조성환이 다른 데도 아니고 머리를 포함 얼굴쪽에 사구(死球)를 맞은 것이 비단 이번 경우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성환은 지난 시즌 SK 채병룡의 공에 안면을 맞아 광대뼈 3곳이 함몰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재활 후 복귀까지 두 달 이상 걸렸고, 이후 몸쪽 공에 멈칫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서도 두 차례나 이런 악재를 또 겪은 것이다.
이 탓에 조성환은 몸쪽 공 공포증이 생겼다. 실제로 9일 LG전에 앞서 조성환은 상대팀 포수 조인성을 보자마자 "제발 몸쪽으로는 좀 던지지 말라"고 했다. 농담섞인 우스갯소리였지만 분명 현재 그의 심리적 상태를 드러내는 말이었다.
롯데 구단 한 관계자는 "(조)성환이가 앞으로 몸쪽 공포증을 어떻게 이겨낼 지 걱정이다. 그 공은 맞아본 사람만이 안다. 맞으면 죽는다는 두려움이 있는데..."라며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걱정했다.
조성환 역시 몸쪽 공에 대한 공포를 인정했다. 그는 "작년에 맞은 이후부터 머리쪽으로 공이 오면 경직돼 피하지를 못하겠다. 분명 반응이 늦어졌다"며 "다른 선수들은 (같은 경우) 피해도 난 못 피할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물론 조성환의 극복의지는 강하다. 그는 '심리치료 책이 필요하면 구해주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도움을 받기 싫다. 이 정도에 도움을 받으면 앞으로 더 큰 일이 닥치면 또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내 힘으로 이겨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사실 (사구 상황은) 누구 탓도 아니다"라고 의지를 담아 말했다.
조성환은 2년 사이에 세 차례나 머리쪽에 공을 맞았다. 제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몸쪽 공에 대처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성환이 완벽하게 사구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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