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라는 이름 석자는 비단 대한민국 연예계 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동경의 대상, 그리고 모든 이들의 욕망 속에서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기도 한 인물이 바로 '김태희'다. '동경'과 '시기', 이 양극단의 사이에는 '김태희'란 프리미엄이 존재하는가 하면 오히려 그녀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디스카운트도 공존하기도 한다.
'제 2의 김태희', '리틀 김태희'가 난무하지만, 한편으로는 'CF스타', '멍 때리는 연기' 등의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도 이 같은 연유에서가 아닐까.
하지만 김태희에 대한 대중들의 이 같은 관심과 눈길은 그녀가 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예인이자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학벌, 미모 등 모든 것을 가진 김태희이기 때문에 숙명처럼 말이다.
김태희가 영화 '그랑프리'(감독 양윤호)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김태희는 이번 작품에서 시련과 아픔을 딛고 여기수 최초로 그랑프리 우승에 도전하는 주희 역을 맡았다. 마치 그녀의 인생처럼, 아니 현실 세계에서 한번 쯤은 겪어봤음직한 인생의 쓴 열매를 김태희는 어떻게 스크린에 토해 냈는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20대는 좌절의 연속…이젠 단단해 졌다"
"올해로 데뷔 11년차에요. 그때와 지금요? 굉장히 다르죠. 스스로는 잘 변화를 못 느끼는데 살아오니까 데뷔 때 동영상을 보면 깜짝 깜짝 놀랄때가 있어요. 저 아이가 나인가 하고...그때는 긴 생머리를 많이 했었고, 교정을 다시 하기 전이라 토끼 이빨에 화장에 어색한 얼굴로 정말 무척 순진무구 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한마디로 세상 물정 모르던 시절이었죠."
데뷔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김태희는 '너무나 다르다'고 단언한다. CF로 데뷔했던 20대는 말 그대도 세상 물정 몰랐다는 게 이제 막 나이 서른에 접어든 김태희가 되돌아 본 자화상이다.
"(그렇다고)지금 때가 탄 건 아니구요(웃음), 성숙해진 것 같고 많이 인간적으로 된 것 같고 많이 발전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김태희는 처음 연기를 시작하면서 잠시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고집과 목표 의식이 확실(?)한 그녀이기에 연기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자신을 이해시키는 시간이 필요했었던 듯 말이다.
"(결심을 한)특별한 사건은 없었고 그냥...이런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당시)훌륭한 연기자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었고 재능이나 적성이 안맞는 것 같은 그런 생각 속에서 주저했는데 차라리 하면서 고민해보자 했죠.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기자가 '그 이후엔 탄탄대로를 달리셨죠'라고 묻자 그녀는 고개를 흔든다.
"빨리 사랑받고, 빨리 스타가 된 편이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그만큼 기대치가 더 커지니까, 사람들의 기대치에 못 미칠 때에는 혼자서 좌절도 하고 그랬어요. 20대는 좌절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얼굴엔 웃음이 번졌지만 빈말이 아닌 듯 싶다. 스무살 시절은 '좌절의 연속'이라고 평가한 그녀의 말에 대중들이 갖고 있는 오해와 진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 싶었다.
◆"내가 보는 나, 대중이 보는 나 거리 있다"
대한민국에서 김태희가 갖고 있는 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을 이었다.
"뭐, 저야 기분좋은 일이죠. 저를 대단하게 봐주시는 거니까... 좋게 보고 있어요. 근데 사실 그렇게 까지 저에 대한 이미지가 뭔가 너무 크게 좋게 포장된 게 있는 것 같아요. 부족한 게 실제 많은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대중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겉으로 보여지는)이미지가 워낙 크다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싸움'이라는 작품을 할 때 몸으로 느껴졌던 것 같은데. 그 전에는 김태희를 어떻게 보는지 이름이 주는 느낌을 잘 몰랐어요. '싸움'이라는 진아 캐릭터 연기를 하면서 (나에게는)공감되는 캐릭터였고 너무 재미있어서 이거 하고 싶어서 하게 된 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전달이 안됐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표현을 못했을수도 있지만, 대중들은 '김태희인데 왜 설경구랑 이혼해서 미련은 아니지만 계속 싸우고 있는거야', '김태희가 왜 저러고 있지'라며 이해가 안 갔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보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와는 거리가 있구나 생각했죠.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 나와는 동떨어져 있을수 있지만 당연히 저럴수 있겠구나 했어요."
김태희는 또 "평상시엔 약간 개념없는 행동을 할 때도 있다"며 "엉뚱한 것도 있고 어리바리 할때도 많고, 친한 친구들은 귀엽게 봐주는데 '쟤 뭐야' 이렇게 오해할 수 있는 행동도 한다.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배우로서 겪어야 하는 세간의 루머에 대해 김태희는 자신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넉넉한 품을 보이기도 했다.
"한번은 박중훈 쇼에 나가서 '뿌린데로 거두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연극계에서 기본을 다졌거나 천천히 조연부터 시작한 게 아니어서 헛점을 보인 것 같기도 하고...힘겨워하고 버거워했던 것 같아요. '비판'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저만 겪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여자 배우분들도 그런 걸 다 격더라구요.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리는 일이 (나의)숙명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CF스타'란 말 없어졌으면…완벽한 결혼 꿈꾼다"
김태희는 CF스타라는 말에 대해 '더 이상 그런 말이 없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CF스타란 말)없어졌으면 좋겠어요. CF 확 줄었어요(웃음). 요즘은 거의 없지만 한창 많이 찍을 때도 세간의 시선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작품 활동은 별로 없고...이런 시각 때문에 항상 조심해 온 편이에요. CF를 가장 많이 찍을 때도 1년에 6개 정도였어요. 큰 브랜드를 맡아서 한 제품에 대한 노출량이 많다보니 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이 찍는 것 처럼 비춰진 게 아닌가 싶네요."
이상형과 결혼관에 대해 김태희는 "내가 유머감각이 없어서 (나를)웃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일찍 결혼하고 싶단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요. 결혼할 만큼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구요. 그런 능력이 되고 성숙한 어른이 됐을 때 결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결혼에 대한 상상은 커요. 결혼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그런 게 워낙 크다보니까 선뜻 당장 하고 싶단 생각을 못한 것 같아요. 완벽한 결혼을 꿈꾸는 상황이랄까."
그녀는 '미래의 김태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장기적으로 무엇을 이뤄내겠다는 원대한 목표는 아직 없어요. 항상 이렇게 한 단계씩 발전하는 모습을 팬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럴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은데...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노력해야겠죠."
한 단계씩, 하지만 꾸준히 발전하는 김태희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조이뉴스24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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