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잠실구장. 롯데전을 앞두고 있던 두산 베어스의 덕아웃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사령탑 김경문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평소 경기 전에 하던 취재진과의 의례적인 인터뷰마저 사양했다.
김경문 감독은 "나도 좀 쉬는 날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날만큼은 좀처럼 입을 떼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사실상 페넌트레이스 순위 3, 4위를 거의 확정지은 상태서 두산과 롯데는 마지막 2연전 맞대결을 앞두고 있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나게 될 상대와 의미있는 대결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은 롯데전 5연패를 안고 있던 터라 뭔가 탈출구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
그래서 김경문 감독은 이날 경기 선발로 팀의 중심 투수인 김선우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김선우는 2.1이닝, 8실점하는 최악의 피칭을 보이고 일찍 강판됐으며, 화력으로 맞불을 놓았으나 롯데 타선의 세찬 방망이질에 밀려 결국 10-12로 패하고 말았다.
이 경기 결과로 롯데전 6연패이자 시즌 상대전적이 6승12패가 됐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종료 후에는 통상적으로 해오던 소감도 전하지 않았다. 심기가 몹시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다음날인 12일, 두산은 롯데와의 시즌 최종 19차전에서는 선발 홍상삼의 호투를 발판으로 5-0 승리를 거두며 롯데전 6연패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롯데를 상대로 올 시즌 절대 열세인 7승12패의 성적표를 받아들긴 했으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최종전에서 깔끔한 승리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김경문 감독은 이 경기 후 "홍상삼이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잘 해줬다. 특히, 조직력 있는 플레이가 좋았다"며 평소보다는 더 강한 톤으로 선수들을 칭찬했다.
수 년 동안 포스트시즌의 단골 멤버로 가을야구를 해왔지만 바라는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 두산 베어스다.
이번 페넌트레이스에선 당초 목표보다 순위가 떨어져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 하는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올 포스트시즌이 아닐 수 없다. 그 전초전 성격으로 만난 롯데와의 지난 주말 2연전에서 1승1패를 나눠가진 김경문 감독, 편치 않은 심경 속에서도 한숨 돌리며 롯데 격파의 대책을 강구했을 것이다.
조이뉴스24 문현구기자 brand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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