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시인' 이적이 돌아왔다.
패닉, 긱스, 카니발 등의 그룹을 거치면서 때로는 청춘의 패기로, 때로는 세상을 향한 날선 시선으로, 때로는 가슴을 후벼파는 따뜻함 감성으로 노래를 불러왔던 이적이다.
다양한 음악적 색깔의 공존 속에서,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그렇게 '이적표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꼬박 3년 5개월 만에 내놓은 4집 앨범 '사랑'. 결혼 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이 음반에서 이적은 오롯이 사랑만을 노래하고 있다. 흔하디 흔한 사랑 소재의 노래. 그러나 이적의 가사가 덧입혀지고 목소리가 씌워지면서 가슴 깊은 곳을 두드리는 '이적표 음악'이 탄생했다.
◆"이별 노래 너무 많아...아내에게 미안"
히트곡 '다행이다' 발표 이후 4집 앨범이 나오기까지 3년 5개월의 공백이 걸렸다. 굳이 요즘 가수들의 빠른 컴백 주기에 비하지 않더라도, 앨범을 손에 쥐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적은 "앨범 공백이 가장 길었던 것 같다. 2007년 앨범을 내고 활동하고 공연하고 결혼하고, 너무 바빴다. 생활 패턴이 바뀐 걸 다시 창작 모드로 돌입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적의 앨범은 '사랑'을 노래하는 10곡으로 가득 채워졌다. 늘 사랑 외에도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불렀던 이적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만큼은 자신의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자연스럽게 곡을 쓰다보니 사랑 이야기가 잘 붙더라구요. 이러다가 전곡이 사랑 노래가 되는 건 아닐까, 그래도 되는 건가 고민했을 정도로. 저한테 기대되는 다른 종류의 곡들이 있는 건 알아요. 그래도 아예 전곡을 사랑 이야기로 해서 정면 승부를 하는 것도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해볼만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결혼을 하고, 또 한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겪게 된 일련의 변화와 정서가 그의 음악 세계에 투영되지는 않았을까. 이적은 "그러기엔 너무 쓸쓸한 노래가 많다"고 웃었다.
"이별 노래가 너무 많다고 했더니 와이프가 남들이 오해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러더라구요. 결혼 전에는 '다행이다' 같은 노래를 쓰더니 이제는 이별 노래만 부르고 있다고. 그 말을 듣고 나니 미안했죠. 쓸쓸한 건 아니예요. 결혼 생활은 더없이 좋아요(웃음). 다만 요새 좋아하는 음악이 그런 정서예요. 날이 서있거나 그런 노래보다 쓸쓸하고 편안하고 한숨 쉬면서 눈에는 눈물이 성글성글 맺히는...그런 노래가 좋아요."
비록 흔한 소재의 '사랑'이지만 이적이라는 필터를 거치면서 다양한 감정들은 새로운 옷을 입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와 구어체의 소박한 언어는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사람의 가슴에 와닿는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이적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사는 편안하게, 또 자연스럽게 써졌어요. 노래 부르다가 그냥 후루룩 나오는. 예를 들면 '빨래'라는 노래도 루시드폴에게 '뭐하냐'고 물었더니 '빨래나 하려고, 비가 올까' 하고 말하는데 가사를 써야겠다고 했죠. 그냥 툭툭 가사가 나오는게 신기한 느낌이었죠."
◆"히트곡보다 울림있는 곡을 쓰고 싶다
이적은 올해로 데뷔 16년차 가수. 그의 노래들은 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패닉 시절 불렀던 '달팽이'부터 '다행이다'까지,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반짝' 히트곡이 넘쳐나는 우리 가요계에서 그가 높이 평가 받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적은 앨범 히트에 대한 조급합이나 강박증에서 자유로웠다.
"히트하면 좋은 건데 하고자 해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안 써요. 제가 하는 음악이 트렌디한 음악도 아니고, 제 음악의 정서라는게 지금 세대가 듣는 음악과 달라져있기도 하고."
"사실 '다행이다' 같은 곡도 그 순간 빵 터진 게 아니라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케이스잖아요. 그냥 제 곡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불리워지고 라디오에 나온다는게 뿌듯해요. 인순이 선배님이 '거위의 꿈'을 불러주면 좋고. 제가 불러서 잘 되야 하는데.(웃음)"
그동안 다양한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앨범을 내왔던 이적은 당분간 자신의 음악 세계에 집중할 생각이다.
"제가 지금까지 11장의 앨범을 냈는데 솔로 앨범은 4장 밖에 안되요. (다른 가수들과의 작업은) 예전에 많이 했으니 당분간은 혼자서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음악의 세계를 굳건히 해야한다는 생각이예요. 제 음악 세계요? 지금의 모습에서 좀 더 찾고 싶어요.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 안에서 넓어지고 깊어지는 모습을 기대해요."
이적은 세상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음악, 또 시간이 흘러서 곱씹어도 꽤 괜찮은 음악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울림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이적의 욕심, 그것은 대중이 우리시대의 싱어송라이터 이적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제공=뮤직팜>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