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가을 두산의 내야수 오재원은 팀의 보물로 거듭나고 있다. 부진에 빠진 고영민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김경문 감독이 시즌 내내 중용했던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명수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오재원은 지난 8일 대구서 열린 2010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서 2번 2루수로 선발출장해 '수비력'으로 팀의 4-3 승리에 일조했다.
교체출장한 고영민(오재원은 1루로 옮겼다)과 유격수 손시헌이 9회말 잇달은 실책으로 역전 위기를 자초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시작부터 호수비 열전을 펼친 오재원의 내야수비는 두산의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회부터 직선타 2개와 함께 병살타로 연결시킨 수비를 보여준 오재원은 4회말에는 최형우의 깊숙한 타구를 역동작 송구하면서 아웃시키는 호수비까지 보여줬다. 5회말 이영욱의 타구를 잡은 후에는 타자주자를 먼저 잡고 병살로 연결시키게 만든 빠른 상황판단도 선보였다.
8회말 고영민이 2루수로 투입되기 전까지 오재원은 계속해서 내린 빗줄기 속에 그야말로 1-2루간 철통수비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날 우천 악조건과 땅볼 유도 투수인 히메네스가 선발로 나섰다는 점에서 오재원의 활약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오재원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때도 결정적인 호수비를 여러 차례 보여주며 두산의 역전시나리오의 숨은 공로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오재원은 1-0으로 앞선 4회말 2사 1, 2루서 롯데 조성환의 깊숙한 타구를 다이빙캐치, 글러브 공을 토스해 1루주자 김주찬을 잡아내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포스트시즌에 돌입하기 전 김경문 감독은 고영민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시즌 내내 오재원이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김 감독은 큰 무대 경험이 많은 고영민의 맹활약을 기대했고, 실제로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는 그를 선발 2루수로 출장시켰다.
하지만 고영민은 기대에 못미쳤고, 김 감독은 3차전부터 지난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5경기서 주전 2루수로 오재원을 출장시켰다. 사실 준플레이오프 2자전에서도 오재원은 3루수로 선발출장했으니, 따져보면 그는 올 포스트시즌 7경기서 6차례나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린 붙박이 내야수인 셈이다.
오재원의 매력은 1, 2, 3루 및 유격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과 빠른 발이다. 특히 멀티수비능력은 올 가을 김경문 감독이 수비 걱정 없이 적극적인 선발 및 대타 기용을 가능케 만들기도 했다.
정규시즌 중에도 두산은 오재원의 존재로 인해 고영민의 부진이라는 불안감을 씻어냈고, 그 분위기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10 가을, 오재원의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