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는 드라마 '동이' 촬영이 끝나자마자 감기에 걸렸다. '동이'의 고된 촬영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그였다.
'동이'에 집중했고 긴장했던 나날, 그 긴장감이 떠나고 심리적으로 풀어지자 몸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한효주에게 '동이'로 사는 지난 7개월은 그만큼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효주는 "매주 시험 보는 기분으로 바짝 기가 들어있었다. 그런 사이클이 끝나니 심리적인 상태가 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준비 기간까지 감안하면 한효주는 거의 1년 가까이 '동이'로 살았다. 60회 대장정을, 그것도 타이틀롤을 맡아 이끌어온다는 게 심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큰 부담이었을 터. 드라마 종영 순간을 꼽아온 그녀였지만 막상 촬영이 끝나니 시원섭섭함보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아직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드라마 촬영 할 때는 마냥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끝나니 아쉬움도 남고 섭섭한 마음도 있어요. 알게 모르게 습관처럼 몸에 배여있는 것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촬영했기 때문에 문득 문득 그 순간이 떠올라요."
한효주는 최근 종영한 '동이'에서 극중 천민의 신분으로 언제나 당차고 지혜로운 모습으로 훗날 영조 임금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가 된 인물 동이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찬란한 유산' 등을 통해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한 한효주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한효주에게 '동이'는 남다른 작품이다.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자신감도 생겼다.
"'찬란한 유산'이 마냥 즐기면서 즐겁게 했다면 '동이'는 해냈다는 느낌이 커요. 마치 숙제를 푼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하는 동안에 참 작고 큰 산이 많았지만 포기한 적은 없었어요. 힘든 순간에도 이것만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뒤돌아보니 넘은 산이 한 두개가 아니더라구요(웃음). 자신감이 많이 생기고 내가 기특해요."
한효주는 "'동이'를 하면서 항상 한계에 다 달했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기가 부족하거나 생각처럼 안 될 때가 있었다. 욕심이 컸던 만큼 아쉬웠다"고 말했다.
'동이'는 극 중반 접어들면서 늘어지는 전개나 초반과 달라진 캐릭터 등으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한효주 역시 캐릭터의 변화와 빠듯했던 스케줄 일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처음에)내가 생각하고 방향을 잡아 들어온 동이가 있었는데 하다보니 다른 길로 가게 됐죠. 정정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고 또 틀린 건 아니니깐. 다만 내가 생각했던 동이와 다른 길이라서 아쉬웠고 욕심이 커서 그만큼 아쉬웠죠. 그래도 마지막회의 동이는 내가 생각한 동이와 가장 흡사했어요. 끝날 때는 아쉽거나 속상한 마음이 사라졌어요. 동이가 드라마 안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드라마 끝난 후의 동이가 더 행복할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한효주는 '동이'를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의 지적에 흔들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시청자들의 질타에 많이 흔들렸어요. 그 때는 배우들이 많이 힘이 됐죠. 그래도 배수빈 오빠나 정진영 선배 등 모든 선생님들이 내 연기를 보고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고 말없이 토닥여주셨는데 많은 힘이 됐죠."
한효주는 "연기 외적으로나 많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옛날에는 연기를 담기 위한 내 그릇이 손톱만큼이었다면 이제 엄지만해진 것 같다"며 "다음 작품을 하기 위해서 '동이'가 좋은 밑거름이 되어줄 것 같다"고 웃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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