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쌍둥이 아니랄까봐 지명순번이 똑 같네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2011 WKBL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이지현(인성여고3. 18)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믿을 수 없는 우연이 쌍둥이라 가능한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2일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이지현은 '2라운드 전체 11번'으로 신세계의 지명을 받았다. 그런데 이지현은 지난 8월 16일 2011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1번'으로 두산 베어스의 부름을 받은 이현호(제물포고3. 좌완)의 쌍둥이 누나. 이란성으로 외모는 다르지만 쌍둥이의 텔레파시가 통한 탓인지 똑같이 '2라운드 전체 11번'으로 프로행을 확정지었던 것.
1분 간격으로 누나와 동생이 된 이지현-이현호 남매는 종목은 달랐지만 승부욕이나 운동에 대한 집념만큼은 똑 같았다.
"어릴 땐 정말 많이 싸웠어요. (이)현호 등쌀에 울기도 많이 울었죠. 그런데 지금은 서로 챙겨주고 싸우지 않아요. 저보다 먼저 프로 물을 먹어서인지 한결 듬직해졌어요. 둘 다 목표했던 것을 이뤄서 너무 좋아요."
신장 173cm의 가드인 이지현은 모교 인성여고의 전국대회 4관왕을 이끈 청소년대표 출신. 깔끔한 외곽슛과 탄탄한 수비력을 겸비해 이미 어느 구단에서나 눈독을 들이는 유망주로 손꼽혀왔다.
이지현에겐 쌍둥이 동생 이현호 말고도 야구선수로 활약 중인 3살 많은 오빠 이민호(디지털문예대3)도 있다. 한마디로 운동선수 집안이라 단체 합숙이나 대회 참가 일정이 들쭉날쭉한 탓에 삼남매가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지현은 이날 아침만은 특별했다며 배시시 웃었다.
"정말 오랫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아침식사를 함께 했어요.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나요. 저를 위해서 모인 거죠. 마침 (이)현호도 일본 교육리그를 다녀온 뒤 팀 재합류하는 날이라 가능했죠. 완전 감동 먹었어요.(웃음)"
이지현은 같은 학교 단짝 이승아(인성여고3. 센터)가 전체 1번으로 호명될 때만 해도 진심을 담아 기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초조해졌다고 한다.
"(지명) 안되는 게 아닌가 겁이 덜컥 났죠. 옆에 있던 (이)승아가 제 손을 꽉 잡고 힘을 불어넣어줬어요. 기대보다는 순번이 뒤여서 속상했어요. 그래도 지명되지 못한 애들도 있는데 그런 마음 먹으면 안되는거죠?"
행사가 끝난 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지현의 휴대폰도 불이 났다. 부모님과 친구, 후배 등에게서 온 전화가 이어졌고 그 속엔 이현호의 축하 메시지도 있었다.
"제가 2라운드 11번이라고 하니까 '나랑 똑같잖아'라며 화들짝 놀랐어요. 그러면서 제가 좀 실망한 거 같으니까 몇 번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신경 쓰지 말래요. 가서 잘하는 게 중요하다면서요. 이럴 땐 꼭 오빠 같아요.(웃음)"
2010 야구 청소년대표에 발탁이 되는 등 고교 좌완 최대어로 손꼽혔던 이현호는 계약금 1억3천만원을 받고 두산에 입단했다. 지난 달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두산에 합류, 곧장 교육리그가 열리고 있는 일본 미야자키로 향했고 짧게나마 실전 마운드에 올라 기량을 뽐냈다. 그리고 고졸 신인 중엔 유일하게 교육리그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귀국했다.
이현호는 1군 선수 위주로 진행되는 잠실구장 훈련에 합류해 있다. 또한 10일경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되는 마무리 훈련 명단에도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 신인 투수답지 않은 배짱투구가 코칭스태프를 사로잡으면서 기대주가 되고 있다.
"이현호 쌍둥이 누나로 좀 유명해졌어요.(웃음) 동생이 인기가 많잖아요. 가끔 같이 길을 가다 보면 알아보시는 분도 계시고 동생이 자랑스럽죠. 하지만 이제 저도 프로선수가 된 이상 더 열심히 해서 유명한 여자농구 선수로 인정받을래요."
2010년은 남녀 쌍둥이 이현호-이지현 남매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되었다. 프로팀 입단이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쌍둥이 남매가 각자의 분야에서 더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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