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으로 크게 뒤지던 후반 32분 골지역에서 윤빛가람(경남FC)의 패스를 받은 박주영(AS모나코)이 지체없이 오른발을 내밀었다.
골망을 흔들며 한국은 2-3으로 따라붙었다.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골을 터뜨린 박주영은 잠깐 기도 세리머니를 한 후 곧바로 선수들을 이끌고 중앙선으로 이동했다. 기쁨에 취할 시간이 없었다. 역전을 위해서는 골이 더 필요했다.
박주영의 골로 탄력을 받은 대표팀은 흐트러졌던 정신력이 살아나며 지동원(전남 드래곤즈)이 연속골을 터뜨려 극적인 역전 승리를 거뒀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최고의 경기를 펼친 태극전사들은 25일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서 이란에 4-3 역전승을 거두고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결승행이 좌절되면서 병역혜택을 비롯해 모든 동기부여 요인이 사라졌지만 박주영은 3~4위전에 나서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소속팀을 설득하며 대표팀에 어렵게 합류한 만큼 '유종의 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을 와락 안았다.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자신이 짊어지고 올 수밖에 없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는 기분에 그만 눈물이 떨어졌다.
천천히 경기를 복기한 박주영은 "전반 두 골을 허용한 것은 우리의 실수였다"라고 되짚은 뒤 "선수들 모두 (하프타임 때) 대기실에서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다. 어린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라며 승리의 감동을 표현했다.
금메달이 아니라 의미가 다소 떨어질 수 있었지만 박주영는 선수들을 독려했다. 2006 도하 대회에서도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4위에 머물렀지만 당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포기하지 말자고, 고개 들고 당당히 그라운드에 나서자고 힘을 불어넣었다.
박주영이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을 한 효과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박주영은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도 한국 축구는 더욱 잘 될 것이다"라며 지속적인 발전이 있을 것임을 내다봤다.
선수생활 입문 후 다양한 팀을 거쳤던 박주영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것을 이번 대표팀에서 얻었다. 소중한 것을 깨우치게 됐다"라며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았다"라고 교훈을 얻은 대회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이뉴스24 /광저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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