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만 해도 정말 앞이 막막했는데, 이젠 많이 적응됐어요."
제주도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9박10일간의 꿀맛같은 휴가를 얻은 허경민(20. 경찰야구단)은 환한 미소를 머금고 1년간의 경찰야구단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2009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7번으로 두산에 2차 1라운드 지명돼 프로무대에 이름을 올린 허경민은 광주일고 시절 전국랭킹 상위권을 다툰 유격수 유망주 중 한 명. 현재 프로야구계의 젊은 피로 통하는 오지환(LG 1차지명), 김상수(삼성 1차지명) 안치홍(KIA 2차 1번) 등과 함께 2008 캐나다 애드먼턴 세계청소년대회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김)상수는 플레이오프에서 진짜 제가 봐도 소름이 돋을 만큼 대범한 모습을 보여줬죠. (오)지환이는 억대 연봉으로 먼 세상 사람이 되었구요. (안)치홍이야 가장 먼저 유명해졌고..."
같은 해 같은 포지션에서 자신과 라이벌로 야구인생을 펼쳐온 친구들이 줄줄이 성공하고 있는 데 대해 허경민은 진심어린 마음으로 축복하고 칭찬해줬다. 비록 그들에 비해 두각을 나타낸 적도, 아직 1군 무대를 밟아본 적도 없지만 먼저 군입대를 결정했고 벌써 1년을 보냈다.
좀 더 멀리 바라본다면 허경민이 결코 동기들보다 뒤처진 상태라고 할 수 없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 안에서 답을 찾고 있다.
"작년 월드컵에 이어 이번엔 대륙간컵 대회에 출전했잖아요. 벌써 태극마크를 3번째 달아봤으니 실력에 비해서는 운이 좋다고 봐야죠."
지난해 두산 2군에서 77경기에 출전, 251타수 73안타(타율 2할9푼1리) 27타점 20도루를 기록했던 허경민은 경찰야구단 유니폼을 입고 뛴 올 시즌엔 102경기에서 401타수 130안타(타율 3할2푼4리) 8홈런 60타점 43도루를 기록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발전을 보였고 경찰야구단 내 수위타자에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4주 군사훈련 뒤 팀에 합류해서는 겨울 내내 슬럼프에 빠져 맘고생이 심했죠. 그런데도 유승안 감독님이 저를 믿고 2군 개막전에 선발출장의 기회를 주셨어요. 그 경기에서 홈런을 치면서 페이스를 찾고 자신감을 얻은 것이 컸어요."
각 구단의 유망주들이 총출동했던 대륙간컵 출전선수들을 통해 인간관계의 폭을 넓혔고 국제대회에 3년 연속 참가하면서 세계야구의 흐름을 읽는 눈도 넓어졌다.
"월드컵 땐 프로선수라는 안일함이 있었는지 실책도 범하고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거던요. 하지만 이번 대륙간컵에서는 타격은 좀 별로였지만 수비에선 다행히 실수가 없었어요.(웃음)" 대륙간컵 대회에서 유격수와 2루수를 번갈아 본 허경민은 15타수 4안타(2루타 1개)의 성적을 남겼다.
"(김)재환이 형의 타격은 정말 대단했어요. (정)수빈이는 도루상도 타고..."
몸은 경찰야구단에 있지만 여전히 소속팀 두산의 선후배나 동기 챙기기에 열을 올린 허경민은 청소년대표 동기 오지환, 정수빈과 돈독한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이제 제대가 330일 정도 남았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이 가장 심적으로는 편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팀에 복귀하면 또 다시 1군 진입 목표에 대한 압박이 크겠죠. 하지만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뭐랄까...이젠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붙은 거 같아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결승전을 치른 대만선수들 대부분과 이미 대륙간컵에서 상대해본 경험을 한 허경민은 대회 당시 경기장에 가득 찬 관중들을 바라보며 '야구를 이런 맛으로 하는 것이구나'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일찍 군 입대를 해서일까. 겨우 1년 남짓의 시간이 허경민을 의젓한 '진짜 사나이'로 바꿔놓은 듯했다. 소심했던 성격도 많이 털어낸 듯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한층 넓고 깊어져 있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길이 있잖아요. 저는 제 나름대로 최선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열심히 살래요."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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