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끝낸 뒤 굵은 땀을 식히며 선수단 버스로 향하는 '월미도 호날두' 유병수(23, 인천 유나이티드)는 침묵에 빠져 있었다. 취재진의 그 어떤 질문도 유병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유병수는 지난 14일 (한국시간) 열린 '2011 카타르 아시안컵' 호주와 C조 조별리그 2차전에 후반 21분 지동원(전남 드래곤즈)을 대신해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유병수는 호주전에서 드디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은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45분, 유병수를 불러들이고 윤빛가람으로 교체했다.
유독 조광래호에서는 교체 투입했던 선수를 다시 빼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9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는 김정우(상주 상무)가 후반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21분 조영철(니가타)과 교체로 물러났고, 10월 일본전에서는 염기훈(수원 삼성)이 후반 20분 투입됐다가 36분 유병수와 교체됐다.
축구에서 교체 투입한 선수가 다시 교체되어 벤치로 나오는 것은 일종의 '굴욕'에 가깝다. 감독 스스로도 경기 운영 면에서나 전술적인 면에서 실수를 인정하는 셈이다. 선수 교체는 감독이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지만 교체 선수의 교체는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마이너스 게임을 하는 셈이다.
유병수의 경우 아시안컵 본선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런 교체를 당했다는 점에서 평가전 때와는 달리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호주전은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선수 개인에게도 욕심이 나는 빅매치였다.
조광래 감독은 "지동원처럼 넓게 움직이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어떤 점 때문에 유병수를 다시 교체 아웃시켰는지 밝히면서도 "골결정력을 생각해 손흥민보다 유병수를 먼저 투입했다"라고 그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설명도 해줬다.
스스로 변화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유병수는 16일 도하 알 와크라 연습구장에서 조용히 팀 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나 자체 연습경기에서 인도전 선발이 예상되는 11명의 '노란 조끼'에는 역시 들지 못했다. 나머지 후보 선수들과 조 감독의 시선에 잘 들지 않는 반대편 골대에서 미니게임과 슈팅 훈련에 힘을 쏟았다.
훈련이 끝난 뒤 만난 유병수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감독의 선수기용술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훈련은 즐겁게 했느냐는 질문에 짧게 "네"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로 유병수는 굳어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유병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대표팀 관계자는 "태극마크에 대한 애착이 강한 선수라 무엇인가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가 가득하다.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중요한 순간에 큰 일을 저지를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기회는 많다"라며 분전을 기대했다.
조이뉴스24 도하(카타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