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철인'이 12년 동안 가슴에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그의 긴 소감이 끝난 뒤 박수가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초롱이' 이영표(34, 알 힐랄)가 29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즈베키스탄과 3-4위전을 3-2 승리로 이끈 뒤 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999년 코리아컵 멕시코전을 통해 국가대표에 데뷔한 이영표는 A매치 127경기를 소화하며 영리한 풀백으로 이름을 떨쳤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06 독일월드컵 원정 첫 승,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첫 16강 등 한국축구의 자랑스러운 현장에는 모두 그가 있었다.
이영표는 "(대표팀에 데뷔한) 지난 1999년부터 12년 동안 한국축구에는 위기의 순간이 많았다. 지치고 힘든 선수들에게 힘이 됐던 것은, 많은 비판과 충고 속에서 한마디 위로해준 팬들이 일으켜세웠다"라며 축구팬들의 성원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후배들이 잘하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다"라며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라고 말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 소집된 뒤 은퇴할 계획을 세웠다는 이영표는 "월드컵 떠나기 직전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광래 감독이) 아시안컵까지 하자고 했다"라며 계획이 다소 미뤄졌을 뿐 은퇴 결심 자체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가지고 있는 한국인 최다 A매치 기록인 135경기 출전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인의 목표를 위해 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옳지 않다. 기록은 자연스러워야 한다"라고 답했다.
2002 한일월드컵이 가장 소중한 기억이라고 전한 이영표는 "(4강을 달성한) 선수들조차 놀랐다. 한국 축구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아시아를 대표해서 자부심을 줬던 대회였다"라며 한일월드컵이 축구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후배들이 은퇴 결심을 알았다는 이영표는 "차두리가 앞으로 볼 수 없는 한국 축구의 전설이라며 식사 때 의자를 빼주고 방문도 열어줬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어 "경기 직전 선수들이 은퇴하는 선배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너무나 고맙다"라고 웃었다.
선배들이 만들어낸 토양에서 즐겁게 축구를 했다는 이영표는 "앞으로 시간을 갖고 공부를 하겠다"라며 클럽팀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은퇴 결심을 굳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해서는 "더 뛰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개인의 판단을 존중한다"라고 애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이영표는 "경기장에서의 열정적인 경기력이 지금의 박지성을 만들었다. 좋은 느낌을 받고 영향을 미쳤기에 너무나 아쉽다"라며 "후배들이 (박지성의) 열정을 기억하고 있기에 곧 그라운드에서 새로운 선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또 다른 박지성의 탄생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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