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빠지지 않고 진출해 그 중 3차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SK 와이번스. SK의 기세는 1980~90년대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던 '해태왕조'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흥왕조' SK의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가 왕조라면 황태자는 단연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SK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다. 김광현과 류현진(한화)이 이루는 좌완 '원투펀치'는 곧 한국 야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어느 왕조나 황태자의 어깨는 무겁다. 왕조 흥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황태자이기 때문이다. 역사 속 국가들 중에서도 황태자의 능력에 따라 국운이 흥하기도 쇠하기도 했던 경우가 많다.
김광현은 지난해 17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2.37의 평균자책점(2위)과 183개의 탈삼진(2위)도 빼어난 기록임에 틀림 없다. 류현진이라는 '괴물'같은 존재가 없었다면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도 노려볼 수 있는 성적이었다. 투구 이닝(193.2이닝)도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았다.
모든 에이스들이 그렇겠지만 SK에서도 김광현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특히 강력한 불펜진을 바탕으로 하는 야구스타일의 SK에서 든든함을 넘어 확실함을 전해주는 선발투수 김광현은 보배와 같은 존재다.
김광현은 최근 3년 동안 꼬박꼬박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6승-12승-17승을 올렸다. 그러나 김광현은 외로웠다. 최강팀이라는 SK에 김광현과 함께 꾸준히 선발 10승을 기록해준 투수는 없었다. SK는 선발투수의 부족함을 불펜의 힘으로 막아왔다.
2008년 김원형(12승), 2009년 송은범(12승), 2010년 카도쿠라(14승)가 김광현과 보조를 맞췄지만 이듬해 선발진에 남은 것은 늘 김광현 뿐이었다. 김원형은 부상 여파로 2년째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고, 송은범 역시 지난해 허리부상으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며 시즌 중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도쿠라는 올 시즌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SK에는 강력한 불펜이 있지만 선발진을 '에이스' 김광현 하나로 버티기에는 힘에 부친다. 때문에 김성근 감독도 스프링캠프를 떠나며 '선발진 강화'를 제 1목표로 설정했다. 김 감독은 당연히 김광현이 올 시즌에도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리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SK가 사상 첫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 달성과 함께 V4를 이루기 위해서 김광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외에 김광현에게 2011년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괴물' 류현진과의 경쟁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인 류현진과 김광현은 대표팀에서는 최강 '원투펀치'로 통하지만 리그에서는 당연히 경쟁자고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숙명을 안고 있다. 김광현은 2008년과 2009년, 주춤하던 류현진을 뛰어넘는 성적을 남겼다.
2008년 김광현은 16승 4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고 류현진은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김광현이 12승 2패 2.80의 평균자책점, 류현진이 13승 12패 3.57의 평균자책점을 각각 기록했다. 두 시즌 모두 근소하나마 기록이 앞선 김광현이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는 달랐다. 김광현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지만 '2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을 비롯해 최고 피칭을 선보인 류현진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
김광현에게는 지난 시즌 류현진에게 내준 둘 사이 경쟁의 주도권을 되찾아와야 할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김광현이 '선의의 경쟁자' 류현진을 넘어설 때 SK의 전력은 더욱 막강해질 수 있다.
SK는 아직 이제 막 중흥기에 들어선 신흥왕조다. '황태자' 김광현은 팀이 맞은 중흥기를 이끌어야 할 중책을 운명처럼 안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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