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가 꼭 밥을 사고 싶어요."
친구들에게 밥을 사고 싶어 안달인 선수가 있다. 아무나 살 수 있는 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시즌 좋은 성적을 내야만 밥을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화 이글스 입단 5년차 내야수 김강이 그 주인공이다. 김강은 김광현(SK), 이용찬(두산), 임태훈(두산), 양현종(KIA), 이재곤(롯데) 등과 함께 출전했던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대회 우승 멤버다. 김강은 당시 주장을 맡았었다.
이들은 시즌이 끝나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그해 가장 성적이 좋았던 선수가 밥을 사는 규칙을 갖고 있다. 첫해에는 신인왕에 오른 임태훈이 밥을 샀고 다음해에는 시즌 MVP를 수상한 김광현이 샀다. 2009년 KIA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양현종이 세 번째로 밥을 사는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시원하게 밥 한번 사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다른 애들이 워낙 잘나가니까 아버지가 기죽을까봐 '니가 한번 사라'며 용돈도 많이 주셨는데..."
당시 동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강의 아버지가 걱정한 이유가 확실히 보인다. 친구들은 벌써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했지만 김강은 아직 무명에 가까운 기대주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김강에게 올 시즌은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지난해 KIA에서 야심차게 영입해 온 '스나이퍼' 장성호가 어깨 수술로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1루를 김강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김용호라는 경쟁자가 있지만 아직은 김강이 한 발 앞서있다.
김강이 주전 1루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막판 휘두른 맹타 덕분이다. 김강은 지난해 9월부터 1군에 합류해 14경기서 타율 4할1풀7리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1군 기회도 장성호의 부상 덕분이었다.
김강에게 장성호는 반드시 넘어야 할 존재다. 김강이 장성호의 복귀가 예상되는 5월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1루는 다시 장성호의 자리가 될 확률이 크다. 아직까지는 임시의 성격이 짙은 1루수 자리지만 붙박이 주전을 꿈꾸며 김강은 현재 하와이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친구들에게 당당해지기 위해서라도 김강은 올 시즌 반드시 주전 자리를 꿰차겠다는 각오다. 아버지에게 받은 용돈으로가 아니라 자신이 좋은 선수로 성장해 받은 돈으로 친구들에게 밥을 사고 싶다고 말한다.
"저희 모임 웃기죠? 대부분 연말 모임에서 밥 안사려고 하는데 저희는 서로 밥을 못 사 안달이에요. 올 시즌 끝나고는 제가 꼭 밥 살겁니다. 제가 번 돈으로 친구들한테도 인정받고, 시원하게 한 번 살거에요."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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