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신영록(24)의 파랑색은 강렬했다.
지난 2003년 수원 블루윙즈에 입단하며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파랑색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008년 까지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특히나 2008년 신영록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3경기에 출전해 7골 3도움을 올리며 수원의 K리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후 터키와 러시아 리그 등을 거친 신영록이 2010년 다시 돌아온 팀 역시 파랑색 수원이었다.
파랑색 유니폼이 너무나 잘 어울렸고 파랑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지배했던 신영록. 그가 2011년에는 주황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2010시즌을 끝으로 수원 유니폼을 벗은 신영록은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황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주황색 신영록'의 새로운 시작이다.
아직까지 주황색 신영록은 어색하다. 팬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파랑색 신영록이 강렬하게 박혀있다. 하지만 신영록은 서서히 주황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주에 녹아들고, 제주의 팀 컬러에 맞춰가며 주황색 비상을 꿈꾸고 있다.
지난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1차전 톈진 테다(중국)와의 경기에서 신영록은 주황생 유니폼 데뷔전을 치렀다. 신영록의 등에는 '공격의 상징'인 10번이 달려있었다.
후반 36분 이현호와 교체 투입되며 그라운드를 밟은 신영록은 약 10분 동안 적극적이고 활기찬 모습을 선보였다. 김은중과 투톱으로 나서 서로 호흡을 맞추며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신영록이 주황색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었다. 아직 완벽하게 녹아들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파랑색 신영록 때처럼 강렬하지도 않았다. 신영록 교체 카드가 성과를 보지 못한 제주는 0-1로 패배했다. 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황색 신영록도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이런 신영록의 가능성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 후 만난 박경훈 감독은 "오늘 신영록이 많은 시간을 뛰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해줬고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런 부분이 좋았고 희망적이다"라며 신영록을 긍정적인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어 박 감독은 "신영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다. 한 팀에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가 3~4명은 있어야 한다. 김은중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신영록이 가지고 있다. 상대에 따라 주전으로 나갈 수도 있고 김은중과 투톱으로 나설 수도 있다"며 믿음을 전했다.
아직까지 파랑색을 깨끗이 지우지 못한 신영록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로 원톱을 활용하는 제주의 전술상 당분간 신영록은 김은중의 백업멤버로 그라운드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주 벤치는 신영록이 가지고 있는 폭발력을 믿기에 언젠가 신영록이 완벽한 주황색을 띨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신영록이 주황생 유니폼에 완벽하게 적응한 날, 제주는 한 단계 성장한 팀이 돼 있을 것이다.
조이뉴스24 서귀포=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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