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감독의 패션에는 비밀이 있다.
20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3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FC서울의 경기가 열린 광양전용구장. 경기가 열리기 전 전남의 정해성 감독을 만났다. 이날 경기는 방송 중계도 잡혀 있었고 '디펜딩 챔피언' 서울과의 일전이라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그만큼 보는 눈들이 많은 경기였다.
그런데 정해성 감독은 패션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은 눈치였다. 최근 제주의 박경훈 감독, 성남의 신태용 감독 등 K리그에 패셔니스타 감독들이 등장한 만큼 감독들의 패션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해성 감독은 넥타이도 매지 않고 정장도 입지 않았고, 편안한 점퍼 차림이었다.
이유가 따로 있었다. 정해성 감독도 관심이 집중된 중요한 경기인 만큼 멋진 정장을 입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주기 싫어서였다. 감독이 정장을 입으면 선수들도 감독이 신경을 쓰는 경기라고 직감해 부담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이유. 정해성 감독은 앞선 전북전에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는 것이다. 전북전 승리를 함께했던 옷차림을 이날 서울전에서도 똑같이 소화한 것이다. 지난 6일 K리그 개막전에서 전남은 우승후보 전북을 1-0으로 물리쳤다. 전북전 승리의 짜릿함을 서울전에서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정해성 감독의 패션 징크스는 맞아 떨어졌다. 전남은 서울을 시원하게 3-0으로 대파했다.
정해성 감독은 "서울은 버거운 상대다. 디펜딩 챔피언이고 서울도 급한 상황이다. 이기려고 덤빌 것이다. K리그에서도 흐름을 이어가고 싶어 서울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섰던 멤버 그대로 나왔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에게 편안하게 경기하라고 했다. 부담감을 가지면 하려던 것도 잘 안된다. 전북전처럼 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서울 멤버가 전북보다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북전처럼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나 역시 부담감이 있다. 그런데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정장을 입지 않았다. 정장을 입으면 선수들에게 내가 이 경기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들키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긴장한다. 오늘 패션은 속옷부터 양말까지 전북전에 입었던 것을 세탁해서 그대로 입고 나왔다. 선수들에게 편하게 보이려 했다.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라며 패션의 비밀을 털어놨다.
전북전에서 시작한 행운의 패션. 앞으로 전남에 중요한 경기, 빅매치가 있을 때마다 정해성 감독이 어떤 옷을 입고 나올지 예상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정해성 감독은 패셔니스타라 불리는 것은 포기할지라도 전남의 승리를 부르는 편안한 옷차림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광양=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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