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덕기자] 7명 가수의 무대는 가히 예술이었다. 혼신을 다한 그들의 무대에 시청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27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무대를 김건모의 '유 아 마이 레이디', 정엽의 '잊을게', 백지영의 '약속', 김범수의 '제발', 이소라의 '나의 하루', 윤도현의 '대쉬', 박정현의 '첫인상'이 아름답게 수놓았다.
형형색색 차려입은 그들의 음악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울렸다. 가수들의 눈물 겨운 노력과 긴장감, 설렘과 기쁨, 좌절과 실망, 도전과 성취는 시청자들에게 오래된 친구처럼, 설레는 연인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은밀하게 다가왔다.
7위로 무대를 떠난 정엽은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따뜻한 거거든요." 이 말이 쉴새 없이 차갑게 프로그램을 몰아세우고 때렸던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쳤다.
정엽 뿐 아니라 다른 가수들도 "서바이벌만 강조되지 않기 바란다", "음악을 위해 노력한 것을 알아줘 뭉클했다" "노래가 직업이 아닌 삶의 일부분이 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가수들이 자랑스럽다" "모든 무대가 예술이었다" 등 온기 머금은 말들로 그들을 매몰차게 몰아쳤던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그들의 7인7색 무대는 진정 아름다웠다. 7번의 무대 모두가 우리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고, 어디선가 헤매던 마음을 따뜻하게 정화해 주었으며, 전율과 카타르시스를 안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날 방송을 보기 전 지난 1주일 간 우리는 어땠나. 그토록 따뜻한 성질을 지닌 음악을 매개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우리는 지나치게 딱딱한 잣대를 들이밀고 호령했고, 엄숙하게 재단하고 심판했던 게 아닐까.
우리의 차갑고 살벌하기 그지없는 공격들은 끝내 방송사를 움직였고, PD 교체라는 싸늘한 카드를 보게 했다. 이어진 국민가수 김건모의 자진 하차 선언까지 더해져 끝내 우리는 감동의 음악예능을 만들던 두 거장을 비정하게 쫓아냈다.
이소라와 김제동을 향해 쏟아진 날선 비난도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나 보면 도가 지나쳤다는 결론이 날 법하다. 이소라가 27일 방송에서 말했듯 "한 번에 평가 받을 가수가 아니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었고 여러분이 그런 것 때문에 실망하시고 마음이 안 좋으시더라도 앞으로 잘 하겠다"는 말로 그녀의 격했던 반응을 한 번은 이해하고 용서하고 넘겨줄 만했다. 따뜻함을 품은 재도전이란 방법론을 제안한 후 받았던 김제동의 마음고생은 또 어디 가서 보상받을 것인가.
한 네티즌의 뒤늦었지만 진솔한 댓글 하나가 가슴을 친다. "한 주만 기다리면 됐잖아." 제작진이 프로그램 자막을 통해 공식 사과하는 걸 지켜보고, 가수들의 입장을 한 번 더 들어보고, 그들의 감동의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물론 휘몰아친 감동에 박수를 보내게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 모든 것 또한 지나간 것이다. 우리는 지난 1주일 간 급박하게 돌아갔던 '나가수' 사태를 통해 음악 예능에 대처해야 할 시청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공부한 셈이다. 준엄하고 차가운 심판자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음악이 주는 따뜻한 감동을 챙겨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서바이벌을 떠나 이 자체로 이미 축제이지 않은가.
또한 지난주 자의와 타의에 의해 각각 이 축제에서 소외된 김영희PD와 김건모 두 거장에게 혹시라도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면 그 또한 '음악처럼 따뜻한'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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