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재도전 논란 잠재운 음악의 향연

[이미영기자]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가 재도전 논란을 딛고 감동 무대를 선사했다.

27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는 출연자들이 서로의 히트곡을 바꿔부르는 미션으로 진행됐다.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에 대한 비난 여론 속에서 치러진 두번째 경연이었다. 그렇기에 출연자들의 심적 부담감도 그 어느 때보다 컸으며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가슴 떨리는 경연이 시작됐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건모는 그간 무대에서 보였던 노련함과 여유 대신 손을 떨 정도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를 지켜보는 후배 가수들도, 청중들도 모두 숨을 죽이고 무대를 지켜봤고, 최선을 다한 최고의 무대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소라의 감성이 절절하게 묻어난 '나의 하루', 백지영의 애절함이 담긴 '약속', 김범수의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이 돋보인 '제발', 신나는 라틴곡으로 편곡된 박정현의 '첫인상', 윤도현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빛난 '대쉬', 정엽의 R&B 발라드로 재탄생한 '잊을게'까지. 어느 한 곡도 그냥 흘려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음악의 향연이었다. 1위부터 7위까지 '절대 평가'로 줄 세울 수 없는 무대였다.

정엽의 말대로 '음악의 따뜻함'에 시청자들은 녹아들었다. 가수들 역시 서바이벌이 주는 냉정함을 뒤로 하고, 서로의 음악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함을 보였다.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른 출연자들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무대 아래서 음악으로 하나된 이들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이들은 긴장하는 후배를 안아주고 다독여줬고, 자신의 음악을 새롭게 소화한 상대 가수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최고의 무대였다"는 찬사도 잊지 않았다.

이날 역시 냉혹한 순위 발표는 있었다. 그러나 무대에 남은 이들도, 떠난 이도 음악으로 최선의 경연을 펼쳤기에 후회하지 않았다.

7위를 한 정엽은 "사실 은근히 부담되고 그랬다. 7등이 되는 순간을 상상해봤는데 내심 쾌재를 부를 것 같았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고 심리적인 부담에서 해방됐다. 이제 내 앨범을 준비할 수 있겠다"고 웃으며 떠났다.

비록 첫 탈락자였지만 어느 누구도 정엽에 '꼴찌'라고 낙인을 찍지는 않았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 그의 무대에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나는 가수다'가 서바이벌에서 축제로 거듭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다.

제작진이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해 사과했듯이, 시청자들 역시 칼날 같은 비판과 비난을 했던 성급한 마음을 반성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눈과 귀가 정화되는 느낌. 오랜만에 노래로 마음이 뛰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아픔을 끝내고 얼른 새로운 마음으로 시청자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최고의 무대였다' ' 말 많고 탈 많던 이슈가 양질의 문화 현상을 양산할 수 있도록 돛을 내리고 순풍 타고 오래도록 항해하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나는 가수다'는 잠시 문을 닫고 프로그램을 재정비한다. 프로그램 틀이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생겼던 한 차례의 진통, 그리고 다시 찾은 음악과 가수와 시청자들의 교감. 조만간 다시 복귀할 '나는 가수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 한 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