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한국의 개그맨 김현기가 한국 연예계를 비하하고 혐한을 조장하는 듯한 개그로 일본 방송에 출연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김현기는 일본 후지TV의 유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하네루노토비라'의 새 코너 '아자아자 악동미녀'에 한국인 MC 역할로 출연한다. '아자아자 악동미녀'는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악동미녀라는 걸그룹이 일본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MC는 개그맨 김현기와 일본의 걸그룹 걸즈액트리의 한국인 멤버 보미.
최근 일본 가요계에 불고 있는 K-POP 열풍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본의 유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한국 걸그룹이 소재로 사용됐다는 것 자체만 봐서는 언뜻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노예계약'을 소재로 한국 연예계 전체를 비꼬는 듯한 내용이라 우려를 사고 있다.
'하네루노토비라'에 출연하고 있는 드렁크드래곤의 츠카지 무카, 임파루스의 츠츠미시타 아츠시, 킹콩의 카지와라 유타 등 유명 개그맨 5명이 짙은 화장과 가발로 여장을 한 채 짧은 바지와 치마를 입고 나타나 '악동미녀'라는 한국의 걸그룹을 연기한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악동미녀입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하는 이들은 '아이(사랑)하세요'라는 신곡을 발표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신곡을 부르기 위해서는 빠르게 돌아가는 최신형 컨베이어 벨트 무대 위에서 멤버 한 명이 끊임없이 달려야만 한다. 무대가 공개되자 악동미녀는 당황하며 "이런 무대라면 노래도 춤도 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한다. 그러자 김현기가 "시끄럽다. 그 정도로 간단히 노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밀어붙이고, 보미는 "일본에서 인기가 있으려면 이 정도는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거든다.
김현기는 한 술 더 떠 "당신들의 선배인 소녀시대, 카라도 아직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하지 못했다"고 덧붙이자 'K-POP에서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오리콘 1위는 어렵다'는 자막이 등장한다.
"다칠 것 같다. 이건 확실히 무리다"라고 거절하는 악동소녀에게 김현기는 "너희의 마음은 알 것 같지만 이 컨베이어 벨트 무대는 사무실과 계약이 돼있다"며 "이 벨트 위에서 무대를 한다는 내용이 계약에 들어있다"고 계약을 들먹인다.
걸그룹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을 미션으로 걸면서 계약이라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최근 일본 언론이 대대적으로 왜곡 보도한 '한국 연예계의 노예 계약'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한국 연예계에서는 계약의 효력이 절대적'이라는 빨간 자막이 한국 연예계의 계약 문제를 더욱 강조한다.
"우리가 이런 벨트 위에서 신곡을 부르는 게 계약이 돼 있대"라고 수군대던 악동미녀 멤버들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라고 쉽게 납득하며 파이팅을 외친다.
5명의 멤버에게 각각 1번씩, 총 5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한 명의 멤버는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달리고, 나머지 네명은 신곡 '아이하세요'를 부른다. 멤버가 벨트 위에서 넘어져 떨어지는 순간 신곡 무대 역시 끝나게 된다.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달리는 것은 확실히 불가능해 보인다. 멤버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자 "계약은 계약"이라고 못박고 게다가 "아직 말 안 한게 있는데 다른 멤버들이 같은 곳에서 넘어져도 계약 위반"이라고 어처구니 없는 계약 내용을 들이민다.
결국 5명의 멤버는 모두 실패하고, 이들은 신곡 '아이하세요'의 무대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 채 신곡 무대를 끝낸다. 악동미녀는 "이 프로그램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치사하다"라고 맹비난하고 그제서야 김현기는 "그런 것도 계약에 들어있었다, 미안"이라고 얄밉게 사과한다. 여기에서 '하네루노토비라'는 '한국 연예계는 정말로 계약이 엄하다'라는 자막과 함께 한국 연예계의 계약 논란에 방점마저 찍어버린다.
'아자아자 악동미녀'가 보여주는 내용은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다 연이어 터진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로 일본에서도 큰 이슈가 된 동방신기와 카라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말도 안되는 내용을 계약서에 들어있는 내용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며 무조건 강요하는 것이 한국 연예계에서 비일비재하다는 듯이 일반화시킨다.
특히 한국인 개그맨인 김현기와 역시 한국 출신 연예인 보미가 이같은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개그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마음 놓고 웃을 수만은 없게 한다. 특히 한국 연예인들이 나서서 한류와 한국 연예계를 비하하고 혐한을 조장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우려된다.
'하네루노토비라'와 같은 인기 버라이어티프로그램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굳이 한국 연예계를 비하하는 듯한 소재로 일본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한 일본 시청자는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눈살이 찌푸려졌다"며 "심지어 한국인인 MC가 나서서 한국 연예계의 계약을 소재로 개그를 한다는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가 아니냐"고 시청 소감을 밝혔다.
'하네루노토비라'를 시청한 몇몇 한국 시청자들 역시 "이런 내용이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소녀시대, 카라 등 한국 걸그룹과 K-POP이 인기가 많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하면서도 "솔직히 기분 나쁜 것은 어쩔 수 없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최근 '카라가 돈 때문에 일본에서는 친한 친구의 가면을 쓰고 있다', '소녀시대가 학력차별로 분열 위기에 처해 있다' 등 일본 언론의 혐한 조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연예인들의 자기 비하가 염려스러운 상황이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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