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에 시즌 첫 승을 안겼던 '우완 사이드암' 박현준이 5일 잠실 경기 전 SK 덕아웃을 찾았다. 지난해 LG로 트레이드돼 오기 전까지 자신을 지도했던 김성근 감독에게 인사를 드리려는 목적이었다.
김성근 감독을 찾아 인사를 한 박현준은 싱글벙글 웃으면서도 살살 뒷걸음질을 치면서 덕아웃을 나섰다. 김성근 감독도 인사를 받기는 했지만 옛 사제 사이에는 한 마디의 말도 오가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어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현준은 지난 3일 두산과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1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박현준의 호투 소식에 김성근 감독은 "약오른다"고 농담을 던졌지만 옛 제자의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띄웠다.
박현준은 지난해 7월 김선규, 윤상균과 함께 SK에서 LG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LG에서는 이재영, 최동수, 권용관, 안치용 등 4명이 SK로 팀을 옮겼다. 2009년 입단한 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박현준은 지난해 LG로 이적하면서 일약 주전 투수로 발돋움했고 선발투수로 시즌 첫 등판서 승리를 따내기에 이르렀다.
김성근 감독에게 인사를 마치고 덕아웃을 나선 박현준은 SK 선수단이 쉬고 있는 휴게실로 이동했다. 옛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고참 선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던 박현준을 선배 이호준이 발견했다. 이호준은 팔로 목을 감싸안는 일명 '헤드락' 기술을 시도하며 박현준에게 반가움을 표시했다. 박현준은 이호준의 품에 안겨(?) 애교 섞인 웃음을 잃지 않았다.
첫 선발 등판을 훌륭히 마친 박현준이 친정팀을 상대로 등판한다면 어떨까. 이에 대해 이호준은 "(박)현준이는 정이 많은 애라서 SK전에 나오면 안된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옛 동료들과의 정을 생각해서 두산전서 첫승을 거둘 때와 같은 최고의 공을 뿌릴 수 없을 것이란 말이다.
보통 선수들은 자신을 내친 친정팀을 상대로는 가진 기량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날 경기서도 안치용(SK)과 윤상균(LG)이 각각 친정팀을 상대로 적시타를 터뜨리며 비수를 꽂았다.
박현준은 옛 동료들을 만나는 내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SK 선수 대기실에 들어가서도 꽤 오랜 시간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승부는 승부. 만약 박현준이 SK전에 등판한다면 이호준의 말대로 정이 많아 좋은 승부를 펼치지 못하게 될까. 오히려 더욱 집중해 좋은 공을 던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것이 승부세계에서 옛 동료들과 스승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박현준은 빠르면 19일부터 시작되는 문학 3연전에서 친정팀 SK와 첫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시즌 첫 등판에서 무결점 투구로 승리투수가 된 박현준이 친정팀을 상대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올 시즌 프로야구의 볼거리 중 하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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