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타 팀 감독에 비해 유리한(?) 점을 한 개 갖고 있다. 바로 2군 퓨처스리그 홈경기 가운데 일부를 강진 대신 1군 경기장인 서울 목동구장에서 치른다는 점이다. 지난해 넥센은 팬들에게 2군 게임을 알리고 선수들 사기 진작을 위해 2군 홈경기 중 9게임을 목동에서 개최했고, 올해는 게임수를 늘려 15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홈 개막 첫 3연전(8~10일)을 넥센은 강진 대신 목동구장으로 일정을 잡아 LG를 불러들여 게임을 치렀다. 선수들은 강진까지 먼 길을 왕복하지 않아도 되고, 시설 면에서 제대로 갖춰진 1군 구장에서 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너나없이 반기는 입장이다.
다만 목동에서는 오후에 1군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2군 경기는 다소 이른 오전 시간에 치러져 선수들이 100%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어차피 양 팀이 같은 상황이라 별 무리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
목동구장에서 2군경기가 열리는 것을 누구보다 반기는 이가 바로 김시진 감독이다. 평소에도 아마 야구대회가 목동에서 열리면 김 감독은 현장을 방문, 노춘섭 스카우트팀장과 괜찮은 선수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직접 경기를 보면서 일일이 선수들의 기량을 눈으로 확인한다. 타 구단 감독이 주로 보고서를 통해 정보를 전달받는 것과는 달리 김 감독은 적극적으로 신인 발굴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작년부터는 목동 2군 게임도 시간을 할애해 직접 관전한다. 평소 가까이서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선수들을 보면서 팀 전력에 보탬이 될 것인가를 찬찬히 고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2군 게임을 찾아다니며 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잖아요. 이름 석자와 성적만 확인하고 (1군에) 올리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죠. 저야 오후에 게임 앞두고 일찍 나오는 수고만 하면 되니까 큰 무리는 없죠.(웃음)"
김시진 감독은 목동구장 3루 덕아웃 안쪽에 있는 감독실에서 조용히 경기를 지켜본다. 그럴 때면 선수들의 자잘한 플레이를 하나도 놓치지 않는 매의 눈이 된다.
"눈에 몇몇 선수들이 들어오긴 하죠. 하지만 과연 꾸준히 그 모습을 유지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1군에서 내려온 선수들을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한데 직접 뭐가 문제인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넥센은 지난해 신인 10명 이외에도 신고 선수를 7명이나 뽑았고 기존 팀에서 방출되거나 군 제대를 마치고 야구에 올인할 수 있는 연습생도 다수 영입했다. 넥센은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얇은데다가 뛸 만한 선수들 상당수가 상무와 경찰 등으로 군입대를 한 상태다. 2군에 있는 의문부호를 단 선수들의 가능성을 타진, 하루라도 빨리 육성해야 하는 것이 넥센의 현 상황이기도 하다.
직접 두 눈으로 무명 2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팀 사령탑이 김시진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넥센 퓨처스 소속 선수들은 목동경기를 할 때만큼은 여느 대회 결승전에 임하는 자세로 더 집중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목동에서 펼쳐지는 퓨처스리그를 보면서 넥센 히어로즈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성공적일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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