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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가뭄 김영후, 임신한 부인 위해 '사랑의 골' 쏜다


[이성필기자] 공식 기록으로는 두 골을 넣었다. 그러나 애물단지 취급받는 컵대회에서의 기록일 뿐 정규리그에서는 아직 무득점이다. 팀 역시 한 골도 넣지 못하며 리그 최하위에 미끄러져 있다. 승강제가 있었다면 영락없는 강등 위기 상황이다. 특유의 기도 골 세리머니를 하는 것보다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모두가 해결사의 부활을 바라는 시점이다. 위기에 몰린 강원FC는 주포 김영후(28)의 시원스런 한 방이 빨리 터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2009년 13골 8도움으로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K리그에 안착한 김영후는 지난해에도 14골 5도움으로 2년차 징크스마저 털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군입대를 미루고 강원과 연장 계약을 하는 의리를 보여줬다.

그러나 자신을 K리그로 이끈 은사 최순호(49) 감독은 이제 사령탑 자리에 없다. 지난 9일 컵대회 전남 드래곤즈전을 끝으로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 개막 후 정규리그 4연패와 무득점이 최 감독의 자진 사퇴로 이어졌다.

골잡이 김영후는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인 것 같아 마음이 쓰리기만 하다. 최순호 전 감독이 사퇴한 이후 아직까지 전화조차 걸어보지 못했다.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자신을 발탁해 신인왕, 최우수선수(MVP)를 휩쓸며 우승컵까지 들어올린 기억이 생생해 더욱 마음이 아프다.

12일 오후 강원FC의 강릉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영후의 얼굴은 다소 수척했다. 전날 퍼머를 해 머리에 변화를 주며 기분 전환을 시도했지만 최순호 감독의 사퇴와 수석코치였던 김상호 신임 감독의 취임이라는 격변의 일주일간은 여전히 꿈만 같다.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그는 "아직까지 죄송스러워서 최순호 감독께 전화를 못 드렸다. 내 책임도 일부분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리기만 하다. 팬들에게도 미안할 뿐"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첫 승에 목마른 강원을 위해 골을 넣고 싶지만 부진의 원인을 모르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공격 콤비 서동현은 무한 연습으로, 자신은 종교의 힘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평생의 라이벌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가 4, 5라운드에서 골을 넣으며 초반 부진에서 탈출하는 것도 김영후를 조바심나게 한다. 그는 "골을 넣어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는 것 같다. 저 쪽(유병수)은 빵빵 터지는데 난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골 사냥이 절실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해 결혼하며 평생을 약속한 동갑내기 부인 김지운 씨가 임신 17주에 접어들었기 때문. 골로 부인과 2세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해주고 싶은 것이 김영후의 마음이다. 김지운 씨도 남편의 골 가뭄에 표현은 안하고 있지만 집에서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김영후는 "부인에게 임신 선물을 멋지게 해주고 싶은데 쉽게 되지가 않네요. 언젠가는 되겠죠. 마음을 다잡고 기다려볼래요"라는 말로 골 폭풍을 다짐했다. 팀의 첫 승까지 덤으로 얻는다면 금상첨화라는 게 김영후의 간절한 바람이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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