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삼성 용병타자 라이언 가코가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며 류중일 감독에게 웃음을 안기고 있다. 홈런을 '뻥뻥' 터뜨려줄 줄 알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타점머신이다. 득점권 상황에서 가코는 어김없이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가코는 지난 14일 잠실 LG전에서 1회초 1사 만루 찬스를 놓치지 않고 깔끔한 좌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날 삼성은 1회초 3점, 7회초 2점을 뽑아냈고, 선발 차우찬이 8이닝 1실점 역투를 펼쳐 5-1로 승리했다. 가코의 선제 2타점이 그대로 결승타가 된 것이다. 삼성으로선 5승 5패를 기록하면서 승률 5할을 맞춘 의미있는 승리였다.
'좌완격파'를 벼르던 LG 타선을 상대로 차우찬이 호투를 펼쳐 '킬러'의 명성을 확인시킨 점도 인상적이었지만, 용병 타자 가코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가코는 1회초 2타점 적시타 후 3회초와 5회초 잇달아 볼넷을 얻어내면서 출루했다. 이후 두 타석에서는 삼진과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용병타자답지 않은 신중함을 선보이면서 매 타석 상대 투수들을 압박하고 있다.
우타 가코는 올 시즌 류중일 감독이 선언한 공격야구의 핵심요원으로 영입한 선수다.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과 함께 중심타선에 포진하면서 화력을 이끌 중심 역할을 기대했다.
그런데 영입 이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가코는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해 걱정을 끼쳤다. 최근 야구계서 유행하고 있는 '나믿가믿'(나 믿을거야, 가코 믿을거야) 발언도 류 감독이 캠프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가코에 대한 아쉬움을 기대감과 섞어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불안 속에 시즌을 맞이한 가코는 KIA와의 개막 2연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10일 SK전에서 3안타를 몰아쳐 타율 끌어올리기를 시작한 가코는 13일 LG전에서 다시 3안타를 추가하면서 성큼 3할대로 올라섰다. 14일 현재 3할8리(38타수 12안타)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과정이 눈에 보인다.
눈길을 끄는 점은 가코의 득점권타율로 무려 5할5푼6리. 타점도 7개를 올려 팀내 2위다. 8타점을 올리고 있는 박석민의 경우, 득점권타율이 3할6푼4리(8타점)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가코의 타점본능은 상당히 매섭다. 다만 아직까지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고, 2루타 1개를 제외하면 모두 단타였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홈런왕'을 기대하면서 데려온 가코가 득점력 부진에 허덕이는 삼성 타선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방법은 예상했던 바와 다르지만 현재까지 가코는 분명 제 몫을 해주고 있다. 류 감독은 "허허" 웃을 뿐이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