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요즘 롯데 양승호 감독은 매일 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개막 후 다소 주춤한 팀 성적(15일까지 3승 7패 1무)의 총책임자로 롯데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는 탓이다. 팬들의 열정에서 나온 질책이라고 생각하곤 있지만, 가끔씩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욕설을 들을 때면 사람인 이상 울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잠실 LG전에서 2-8로 패하고 난 뒤에도 양승호 감독은 밤새 잠을 뒤척였다. 비난 문자가 새벽 4시까지 오는 바람에 양 감독은 허탈하게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양 감독은 요즘 구도 부산의 야구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지난 13일 두산전 패배 이후 '잘해보자'고 코치들과 맥주 한 잔을 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양 감독은 기사로부터 "지고 있는데 술이 들어가는교? 타자들 좀 단디 관리하소"라는 말까지 들었다. 양 감독은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얼른 택시를 내렸다.
하지만 롯데가 좀처럼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잇달아 패하면서 양 감독이 느끼는 비난 수위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어떤 팬은 해서는 안되는 범죄 수준의 협박까지 일삼는 등 팬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까지 저지르고 있다.
물론 양 감독은 이 모두가 팬들의 열정임을 알고 있어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가슴 한구석에 상처를 받았다. 1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양 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롯데에서는 정말 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양 감독은 인터넷 댓글도 살펴보는 관계로 더욱 '필승'을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와중에 양 감독은 팬들로부터 소중한 선물을 받고 우울한 기분을 털어낼 수 있엇다. 16일 경기에 앞서 한 여성팬으로부터 양갱 세트를 전달받은 것. 상자 안에는 "감독님 흰머리가 더 늘어난 것 같아요. 힘을 내주세요"라는 응원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최근 팬들로부터 비난만 받았던 양 감독은 한 여성팬의 쪽지 한 장에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고, 할 수 없는 말이 있다. 단지 11경기를 치른 팀 상황만 보고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나 협박까지 하는 것은 성숙해진 프로야구의 팬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아무리 팀을 사랑하는 팬들이라고 할 지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예의가 있다.
조이뉴스24 잠실=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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