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LG가 SK와의 시즌 4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시즌 전적 2승2패로 팽팽히 맞섰다. 늘 지적됐던 막판 뒷심 부족으로 시달리는 일도 없이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 무엇이 LG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한 것일까.
20일 문학 LG-SK전에서는 선취점을 뽑아 앞서다 마지막에 역전을 허용하곤 했던 LG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LG는 선취점을 얻어 3-0으로 앞서다 3-3 동점을 허용했지만, 다시 추가점을 뽑아 결국 9-4로 값진 승리를 일궈냈다.
특히 승리를 향한 투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SK를 상대로 보여준 집중력 있는 경기가 돋보였다. SK는 이날 와일드피치와 송구실패, 수비에러 등 평소답지 않은 실수를 범하면서 자멸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은 2개였지만 경기 곳곳에 묻어나는 빈틈은 평소보다 훨씬 컸다.
19일 경기 패배로 설욕을 노렸던 LG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1-0으로 앞선 1회초 SK 포수 정상호가 김광현의 공을 뒤로 빠뜨린 사이 이택근이 홈으로 들어와 행운의 점수를 얻었고, 3회엔 1루수 이호준의 연이은 실책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뽑아 6-3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LG는 SK를 맞아 4승1무14패로 절대적인 열세였다. 올 시즌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시즌 초반 양상을 보였다.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이었던 5일 경기서는 5-3으로 앞서다 8회초 3점을 내주면서 5-6으로 역전패했고, 19일에도 선취점을 얻어 3-0으로 앞섰지만 이후 내리 6점을 헌납, 3-6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20일 경기에서만큼은 LG 선수들 사이에서 독기가 묻어나왔다.
알고보니 SK 선발 김광현의 행동이 자극제로 작용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4차례 선발 등판했다. 첫 경기는 5일 LG전이었고 이후 10일 삼성전, 16일 넥센전에 선발로 나섰다. 김성근 SK 감독에 따르면 그동안 김광현은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등판일을 스스로 선택해왔다. 이 때까지 첫 승을 올리지 못한 김광현은 4번째 등판일로 20일 LG전으로 택했다. 정상적인 로테이션보다 하루 앞당겨 3일 휴식 후 오른 마운드로 다소 이른감이 있었지만, LG전에 강했던 김광현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먹이'와도 같은 경기였던 것이다.
경기 후 LG 주장 박용택은 "김광현이 LG전에 자진 등판을 요청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김광현의 행동이 우리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고 밝혔다. 김광현이 팀의 연승과 자신의 시즌 첫 승을 위해 LG전 등판을 자청했다는 것에 불쾌함을 토로한 것이다.
여기에 SK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박현준의 호투도 큰 몫을 차지했다. 박현준은 지난해 7월 SK에서 LG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적 후 힘에 의존했던 빠른볼에서 강약 조절을 더해 제구력을 갖춘 박현준은 올 시즌 3승(1패)을 거두면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그 3번째 승리가 20일 친정팀 SK를 상대로 거둔 승이었다.
박현준은 "SK전이라고 해서 특별한 감정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꼭 이기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성근 감독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여러가지로 LG 선수들에게 SK전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요한 경기임은 확실했다.
이제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LG와 SK, 21일 열리는 5차전이 더욱 끈끈해지게 됐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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