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그래도 감독으로서는 고민하고 싶네요."
23일 잠실구장에서 KIA와의 경기를 앞둔 박종훈 감독이 이날 선발 등판하는 심수창을 두고 한 말이다. 심수창이 잘 던져줘 향후 선발진 운용에 '행복한 고민'을 하고 싶다는 뜻. 그러나 심수창(LG)이 이날 경기서 시즌 첫 승 도전에 다시 한 번 실패하며 박종훈 감독의 바람도 물거품이 됐다.
박종훈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란 봉중근의 1군 복귀에 따라 선발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최근 안정감 있는 선발진을 자랑하는 LG로서는 봉중근이 돌아올 경우 누군가 한 명이 선발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가장 유력한 '탈락 후보'인 심수창이 호투할 경우 박 감독이 겪게 될 선발진 구성에 대한 고민을 이르는 말이다.
LG는 올 시즌 개막 후 리즈-박현준-주키치-김광삼-심수창으로 이어지는 5선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에이스 봉중근이 부상으로 잠시 전력 이탈해 있는 동안 이들이 선발 마운드를 꾸려온 것이다. 그 중 아직 승리를 따내지 못한 투수는 심수창이 유일하다. 심수창은 올 시즌 3패 평균자책점 6.50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반면 심수창과 함께 5선발 자리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김광삼은 2승에 평균자책점 1.46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수창은 등판하는 경기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첫 선발이었던 6일 SK전에서는 1회 집중타를 맞으며 3실점했지만 이후 안정감을 되찾았다. 팀 타선도 역전에 성공하며 심수창에게 승리를 안기는가 했지만 심수창은 5회 추가 1실점 후 투아웃을 잡고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투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두 번째 등판인 12일 삼성전에서는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아 패전투수가 됐다. 17일 롯데전에서는 4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다 5회 집중타를 맞고 3실점, 5회를 마치지도 못하고 강판당했다.
그리고 선발진 잔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등판이었던 23일 KIA전에서도 3이닝 3실점의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로 조기 강판당하고 말았다. 심수창이 4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주자 박종훈 감독은 지체 없이 신정락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심수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신 연봉제'에 의해 연봉이 대폭 삭감되면서 이를 악물고 명예회복을 기다려왔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박종훈 감독은 이제 '행복하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심수창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인지부터 시작해 선발이 아닐 경우 심수창의 향후 보직, 그리고 1군 잔류 여부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고민이다.
올 시즌 LG는 한층 나아진 전력으로 '9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서 있다. 언제나 약점으로 지적돼왔던 마운드, 특히 선발 마운드가 크게 안정됐기 때문이다. 안정된 선발진 중 아직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심수창을 LG가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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