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고참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에서는 3년차 정인욱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선배들 사이에서 거침없이 농담을 던지면서 귀여움(?)을 받고 있는 정인욱이 이번에는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해야 할 때를 맞았다.
류중일 감독은 5일 사직 롯데전에 정인욱을 선발 예고했다. 장원삼의 복귀 등으로 지난달 20일 2군행을 통보받고 선발수업을 받아온 정인욱은 3일 롯데전부터 선수단에 합류해 5일 정식으로 엔트리에 등록된다.
그런데 정인욱의 2군행 이유가 특별하다. 시즌 개막 후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정인욱은 장원삼의 복귀와 이미 구성을 갖춘 필승조의 존재 탓에 2군에서 선발수업을 받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정인욱을 패전처리 등으로 기용하기에는 아깝다고 판단한 류 감독의 결단인 셈이다. 와중에 카도쿠라가 부친이 위독해 지난 1일 갑작스럽게 일본으로 귀국하면서 정인욱은 예정보다 빨리 1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4일 사직구장 덕아웃에서 만난 정인욱은 여전히 장난끼가 가득했다. 선발 등판 각오를 묻자 정인욱은 "아주 깔끔하게 두들겨맞고 2군으로 내려가겠다"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답변했다. 3일 등판해 5이닝 5실점(3자책)을 기록한 '선배' 차우찬을 보고 "패전투수"라고 놀리던 정인욱인 만큼 취재진에게도 솔직한 각오를 들려줄 리는 없었고, 또 다시 장난끼가 발동한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정인욱은 "얼떨결에 기회가 왔는데 잘해서 모두를 확 사로잡겠다"며 "7이닝 2실점이 목표"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정인욱은 스스로도 이번 등판이 팀내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찬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진지함은 10초도 가지 않았다. 정인욱은 "어린이날이니까 어린이가 잘 던지지 않겠느냐"고 다시 농담을 던지면서 여전한 입담을 과시했다.(1990년생에 동안인 정인욱은 선배들에게 '어린이'로 불리기도 한다)
4일 롯데전 패배로 삼성은 시즌 첫 3연패에 빠지면서 13승 13패, 정확히 승률 5할을 기록 중이다. 류중일 감독이 원한 승률의 마지노선이다. 게다가 5일마저 패하면 4연패와 함께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지는 악몽을 겪게 된다. 정인욱으로서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감과 더불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한편 롯데 양승호 감독은 라이언 사도스키를 선발 예고했다. 팔꿈치 및 옆구리 통증 탓에 이제 겨우 시즌 2경기째 등판하는 사도스키도 팀내 입지가 불안해 필사의 투구가 예상된다.
조이뉴스24 사직=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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