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방망이가 가벼워지면서 뭔가 할 수 있는 느낌이 팍 왔는데..."
1군 엔트리에 세 번째 이름을 올리고 드디어 첫 타석에 설 기회를 잡을 뻔했던 김헌곤(삼성. 외야수)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벌써 초여름의 눅눅한 더위가 느껴지던 7일 대구구장. LG와의 주말 3연전 가운데 두번째 경기에 나선 삼성은 4-3으로 앞서던 5회말 투아웃 주자 1루 기회를 맞았다. 류중일 감독은 7번 조동찬 대신 대타로 신인 김헌곤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순간 LG가 좌완 선발 봉중근을 내리고 김선규(사이드암)로 교체했고, 이에 삼성은 우타자 김헌곤 대신 좌타자 조영훈으로 대타를 바꿨다.
"홈플레이트 쪽으로 걸어가는데 감독님이 손짓을 하시며 들어오라고 하셨죠. '수고했다'고 하면서요.(웃음)"
김헌곤의 얼굴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타석으로 향하며 손에 쥔 방망이가 새털처럼 가벼워 좋은 감을 느꼈다는 그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2군 게임과는 다른 좋은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잠시 머뭇거리다) 괜찮습니다. 내일은 기회를 주시겠죠!"
2011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전체 36번)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헌곤은 시범경기에서 6타수 4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 팀 내 신인 타자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틀 뒤 2군행을 지시받았고 딱 열흘 뒤인 4월 14일 채태인의 부상 공백을 틈타 두 번째 1군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기에는 나서보지 못한 채 나흘 만에 다시 2군행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6일, 선발등판해 첫 승을 기록하고 로테이션 관계로 2군에 내려간 정인욱과 바통 터치하며 김헌곤은 세 번째 1군의 부름을 받았던 것이다.
덕아웃에서 게임을 보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는 김헌곤은 양 볼에 보조개가 확연히 느껴질 만큼 미소를 지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1군과 2군을) 들락날락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형들이 그래요. 신인이 한 번 올라오기도 힘든 일이라면서요. 자주 1군에 있다 보니까 형들과도 친해지고 분위기도 완전 적응했죠. 이젠 그라운드 경험을 쌓아야죠."
김헌곤은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 삼성 톱타자로 나서며 19경기에 출전, 62타수 21안타(2루타 7개, 3루타 1개, 홈런 3개) 타율 3할3푼9리로 팀 내 타격 2위, 남부리그에서 랭킹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1군과 2군을 넘나들며 페이스가 처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1군을 다녀온 뒤엔 곧바로 홈런을 쏘아올리는 묘한 징크스도 만들었다.
"장효조 (2군)감독님이 이번에도 안 내보내주면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말하래요,(웃음) 저를 위로해 주시려는 배려잖아요. 항상 감사할 따름이죠."
비록 타석엔 들어서지 못했지만 1군 기록지에 처음으로 이름 석 자를 올린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김헌곤, 그는 또 내일을 기약하며 짐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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