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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꿈의 무대로 확대되는데…운영은 여전히 '낙제점'


[이성필기자]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FA컵의 묘미는 하부리그팀이 상위리그팀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는 것이다.

지난 18일 전국 16개 구장에서 열린 '2011 FA컵' 32강전에서는 K리그 세 팀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경남FC, 대구FC, 광주FC 등 시, 도민구단이 실업축구 내셔널리그팀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들을 잡은 부산 교통공사나 울산 현대미포조선, 수원 시청에는 K리그 출신 선수들이 상당수 자리 잡고 있다. 전력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K리그 팀의 패배가 우연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K리그 입장에서는 이겨도 본전, 패하면 망신이라 허투루 경기를 소화하기 어렵다. 지난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확대 개편되면서 FA컵 우승팀에는 다음 시즌 출전권도 주어져 32강부터 주전급 자원을 내보내는 총력전을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셔널리그 팀을 상대로 간신히 승리한 K리그 소속 A팀의 한 관계자는 "시도민 구단들은 FA컵처럼 단기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선수층이 두껍지 못하다보니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K리그야 경기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전력 노출이 된 상태지만 하부리그 팀들은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이변 속출이 우연이 아니라고 전했다.

수원 삼성에 패하기는 했지만 챌린저스리그(3부리그) 팀으로는 유일하게 32강에 올랐던 포천시민구단도 돋보였다. 연간 3억원 안팎의 운영비를 사용하는 포천은 대부분 프로 진입이 좌절됐거나 공익근무 등으로 군복무를 마친 선수들이 축구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모여 땀 흘리는 팀이다. 포천은 32강에 진출하기 위해 1, 2라운드를 거치며 대학 강호들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18일 수원 삼성과의 겨루기에서 포천은 전반을 0-0으로 마치는 등 선전했다.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가 전반 31분 '정신 차려 수원!'을 외칠 정도로 포천은 긴장감을 안기기에 충분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포천의 경기력에 놀란 수원 윤성효 감독은 후반 베르손, 염기훈 등 핵심 공격수들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썼다.

챌린저스리그 선수교체 규정(5명)과 달리 FA컵은 프로처럼 3명만 교체할 수 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축구하는 포천은 후반 중반 이후 체력적인 부문에서 열세를 드러내며 수원에 1-3으로 졌다.

그렇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충분히 해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결과였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후반 42분 김영중이 챌린저스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골까지 넣는 등 새 역사도 썼다. 수원 팬들도 포천의 선전에 박수를 보냈다.

골을 터뜨린 김영중은 "수원같은 강팀이 우리를 상대로 스리백을 사용하는 것에 많이 놀랐다"라며 "체력만 유지된다면 충분히 겨뤄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포천 관계자는 "FA컵을 앞두고 수많은 언론에서 팀을 주목했다. 저절로 시의 홍보가 됐다. 내년에도 FA컵에 나선다면 시에서도 기뻐할 것 같다. 그래서 FA컵 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갈수록 규모와 관심도가 확대되는 FA컵이지만 문제점도 여전하다. 출전 선수 명단이나 경기 상황 등 실시간 기록은 득점자를 제외하면 알 수 없다. 과거 경기 기록을 살피려해도 기록지 자체를 찾을 수 없다. 기록 관리 보존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고양 KB국민은행-제주 유나이티드 경기에서는 제주 득점자를 박현빈으로 표기해 한때 취재진 사이에서 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박현범으로 수정되기는 했지만 기록 입력자가 축구계에 종사하면서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선수의 이름도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FA컵은 전적으로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축구협회의 인터넷 방송인 'KFATV'를 통해 중계도 이뤄지고 있지만 한두 경기에 그치고 있다. "경기가 많은 32강이니 이해해달라"라는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말은 변명에 가깝다. 포털 사이트 등과 연계한 실시간 문자 중계만 해줘도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몇 년째 똑같은 '예산 부족'이라는 핑계만 계속되고 있다.

팀이나 팬들의 FA컵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엔 FA컵 결승전 사상 처음으로 전세 열차를 운행하는 등 축구협회가 FA컵 파이 키우기에 의지를 보여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던 만큼, 기록 관리 등에 대한 보다 꼼꼼한 작업이 요구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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