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사상 초유의 불법 사설 토토에 의한 승부조작으로 현역 K리거 두 명이 구속되고 전 국가대표마저 조사를 받으면서 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이 전직 축구선수로 승부조작이 이뤄지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A씨가 조이뉴스24에 27일 제보 전화를 걸어왔다.
A씨는 현역에서 물러나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역 생활 당시 승부조작과 관련해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지난해까지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다행히 올해 들어 생활이 안정되면서 증세가 사라졌지만 최근 불법 도박과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또 괴로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A씨는 선수 출신 브로커로 구속된 B씨와도 인연이 있는 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B가 현역 시절 나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한 적이 있다. 응하지 않자 B의 출신지의 선배들이라고 하는 조직 폭력배를 동원해 제안을 거부했던 선수들을 압박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조이뉴스24와 최근까지 연락이 닿았던 승부조작 브로커 C씨의 설명과도 비슷하다.(브로커 C씨는 최근 승부조작 관련 보도가 나오자 연락이 두절됐다)
2008년 K3리그(현 챌린저스리그) 승부조작 사태 당시 단순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브로커 C씨는 "사설 토토를 운영하는 세력 뒤에는 조직 폭력배가 존재한다. 경기에서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경기가 없는 휴식일에 해당 선수를 만나 겁을 주거나 엉덩이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매질을 한다. 인천이나 창원(구 마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세력들"이라고 주장했다.
C씨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한 A씨는 "승부조작은 주로 골키퍼와 수비수를 노린다. 기업구단을 제외한 시·도민구단 선수들에게 한 번 정도는 제안이 갔을 것이다. 물론 직접 전달이 아니라 포섭한 선수들 통한 매수 방식이며 이름이 덜 알려지거나 연봉 5천만원 이하가 대상이다. 브로커나 사설 토토 조직 입장에서도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고 전했다.
선수들에게 경기 중 움직임도 지시한다. 그는 "동료와 공간이 겹치는 수비를 해서 상대 선수를 놓치는 등 우연처럼 만들어야 한다. 경기 하루 이틀 전에는 특정 부위가 좋지 않다며 마사지를 자주 받는 등 컨디션이 떨어졌다는 분위기도 연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브로커 C씨가 전했던, 차량 트렁크에 현금이 든 가방을 넣어 검은돈을 전달하는 방식도 비슷했다. A씨는 "5만원권 돈 묶음을 선수에게 용품을 선물한다는 명목으로 함께 끼워넣어 전달한다. 전달 장소도 아파트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차장을 주로 이용한다"라고 설명했다.
베팅의 경우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 포함된 종목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는 "축구는 물론이고 야구, 농구, 배구도 있다. 승무패를 맞히는 단순한 방식도 있고 첫 득점 시간대, 초구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를 판단하는 방식도 있다"라며 부정하게 돈을 쓸어담기 위해 다양한 수법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설 토토 사이트도 철저한 신분 검증을 거친 뒤 일반인들을 모은다. 불특정 다수에게 대포폰으로 문자를 보내지만 모두를 받아주는 것이 아니며 직업, 나이, 성별 등을 따져 확실하게 선별한다고 말했다.
도박 참가자가 지속적인 베팅에 빠져들게 하기 위해 처음 한두 차례 정도는 해당 경기에 대한 예상 스코어나 결과를 알려줘 고배당이 떨어지게 한다. 자연스럽게 배팅에 빠져들게 되면 이후에는 알아서 맞히도록 해 눈먼 돈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불법 도박이 이뤄진다고도 덧붙였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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