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34, 알 힐랄)가 국가대표팀에 있을 때 그들의 포지션에는 경쟁 대상이 없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향력과 존재감을 과시한 박지성과 이영표이기에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에게는 이들이 경쟁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염기훈과 김동진 등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박지성과 이영표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새로운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와 노력했지만 결국 이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국가대표팀을 떠나자 둘의 포지션에서는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아직 완벽한 대체자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표팀 내에서 건드릴 수 없는 절대적인 포지션이 있다. 바로 오른쪽 날개다. 이 포지션은 이청용(23, 볼턴)의 자리다.
이청용은 이제 대표팀 내에서는 중심이다. 조광래 감독은 이청용을 중심으로 전술을 짜는 경우도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볼턴에서 에이스로 군림하는 이청용. 이런 영향력이 가미된 그의 오른쪽 날개 자리는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자리로 굳어가고 있다.
남태희(20, 발랑시엔). 그는 한국 대표팀의 미래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세르비아, 가나와의 평가전을 위해 선발된 이번 대표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어린 나이에 프랑스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쟁력과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남태희다. 그런데 대표팀내 포지션 경쟁자가 이청용이다.
이청용의 경쟁자라는 것은 사실상 선발 출전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나 뒤에 가려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선수로서는 동기부여가 결여될 수도 있고 넘기 힘든 벽 앞에서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다.
남태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1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남태희에게 이청용의 경쟁자로 살아가는 법을 들을 수 있었다.
남태희는 이청용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보고 배울 수 있다며 자신의 기량을 업그레이드시킬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만족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청용이 가지고 있지 않은 면을 자신이 가지고 있어 그것을 보여주는데 주력할 것이라 했다.
남태희는 "(이)청용이 형은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나와는 경쟁 자체가 안 된다. 움직임 등 개인기량 차이가 크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다. 나는 많이 부족하다. 옆에서 보니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가려고 한다"며 경쟁이 아닌 동경의 대상으로 이청용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남태희도 대표팀에서 펼쳐 보이고 싶은 꿈과 열정이 있다. 남태희는 "(이)청용이 형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다르다. 대표팀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이번 소집이 대표팀 마지막 발탁이 될 수도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후반이라도 경기에 나서게 된다면 나만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청용의 경쟁자로 살아가고 있는 남태희. 지금은 이청용을 동경하고 이청용의 장점을 배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청용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신만의 장점으로 대표팀에서 우뚝 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
조이뉴스24 파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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