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치열한 선두싸움에서 팀을 유리한 고지로 이끌라는 특명을 안고 선발 등판했던 LG의 '뉴에이스' 박현준이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박현준은 1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2이닝 5실점의 부진한 투구로 시즌 4패째를 당했다. 박현준이 무너진 LG는 2연패로 삼성에 2위 자리를 내주고 KIA와 함께 공동 3위로 내려앉았다.
선발 로테이션상으로는 이날 김광삼이 등판하는 날이었지만 LG 벤치는 박현준을 먼저 등판시켰다. 이번주 삼성-SK로 이어지는 중요한 6연전에 박현준을 두 번 등판시켜 승수를 쌓겠다는 승부수였다.
박현준은 4일 휴식 후 등판이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박현준은 시즌 초반의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경기 내용만 놓고 봤을 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흔들리는 제구는 불리한 볼카운트로 이어졌다. 반대로 삼성 타자들은 유리한 볼카운트로 이끌고 간 뒤 공격적인 타격으로 박현준을 무너뜨렸다.
박현준은 이날 19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것이 7번(36.8%)에 불과하다. 특히 이날 내준 6개의 안타 가운데 초구를 공략당한 조영훈의 경우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구에 볼을 던졌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지 못하면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날 박현준이 던진 70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0개, 볼이 30개였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박현준은 제구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볼넷도 2개를 내줬고 안타를 내줄 때는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야 박현준의 장기인 포크볼도 위력을 발휘한다. 타자들 입장에서는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는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유인구에 방망이를 낼 수밖에 없다. 반대의 상황에서는 유인구에 속지 않을 확률이 높다.
3회말 대거 5점을 빼앗길 때는 수비진의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배영섭의 강습 타구를 2루수 김태완이 놓치며 내야안타를 만들어줬다. 박석민의 2루타 때도 좌익수 정의윤이 펜스 플레이에서 허점을 보이며 1루 주자의 홈인을 허용했다. 조영훈의 우전안타도 1루수 서동욱이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박현준의 구위가 시즌 초반만 못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박현준의 최근 4경기 성적은 1승 3패에 평균자책점이 8.84에 이른다. 19.1이닝을 던지며 무려 19점을 내줬다. 2점대를 유지하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무너진지 오래고 어느새 4.04까지 높아졌다.
프로 3년차인 박현준은 풀타임 선발이 올해가 처음이다. 본인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체력적으로 고비가 올 만한 시점이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지만 5명뿐인 LG 선발진의 상황상 박현준은 오는 19일 SK전에 다시 등판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얼굴이 선발로 투입되지 않는 한 그렇다.
박현준을 투구수 70에서 강판시킨 것도 다음 등판에 대비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19일 경기에 등판하게 된다면 최강팀 SK를 상대로 부진 탈출의 기회를 다시 한 번 맞게 된다. 승승장구하던 박현준에게 찾아온 올 시즌 첫 번째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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