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승부조작 사태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대전 시티즌은 오는 7월 1일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까지 어떤 업무도 마음대로 추진할 수 없다. 결제권자인 사장이 부임해야 움직일 수 있는 답답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달 25일 승부조작 사태가 터진 뒤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당장 7월부터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지만 손 놓고 보고만 있다. 8명이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 징계를 받아 어느팀보다 선수 수급이 시급하지만 답답한 상황이다. 나름대로 계획을 하고 있지만 발 빠르게 움직이는 타 구단에 밀려 생각했던 선수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손발이 묶인 왕선재(52) 감독의 답답한 상황도 맞물려 있다. 김윤식 사장이 승부조작 사태를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스스로 "언제까지 선수단과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을 섞으며 불안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역 여론은 제멋대로 요동치고 있다. 시민구단이라는 특성상 지역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왕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구단주 염홍철 대전광역시 시장이 구체적인 재원 마련도 불투명한 쇄신안을 내놓으며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왕 감독에게 모든 화살이 몰리고 있다.
주로 성적 부진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다. 승부조작 책임론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잘 아는 왕 감독도 25일 수원 삼성과 홈 경기 뒤 "상대보다 실력이 떨어져서 지는 것을 선수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모두 감독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모든 짐을 짊어질 자세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불편함이 왕 감독을 짓누른다. 지난 2009년 시즌 후반 김호 전 감독이 구단과의 마찰로 팀을 떠난 뒤 임시 지휘봉을 잡고 올해까지 달려왔지만 온전히 한 시즌을 제대로 보낸 적이 없다.
일부 선수들은 그에게 '절대로 그만 두지 말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외부적인 요인은 왕 감독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고 있다. 당장 전 대전 사령탑 A, B 감독이 후임 감독이라는 무성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고 C감독도 전방위 로비를 벌이며 한 자리를 노린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때문에 왕 감독은 "선수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 고민스럽다"라며 쉽게 사의를 표명할 수 없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조이뉴스24 대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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